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SNS 라이브 방송을 보던 팬이 좋아서 환호성 지른 것을 승객들이 사고가 난 줄 오해해 아수라장이 됐다. 최근 잇달아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안전에 민감해진 시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다.

장소나 시간도 상관없이 불시에 모르는 타인의 습격으로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사고를 보고 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다. SNS를 타고 칼부림, 생화학 테러 따위의 소문들이 급격히 퍼지면서 위험에 대한 강박까지 생겨날 정도다.

사람들로 가득한 9호선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의 외침은 위험신호로 작동해 현장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엉켜 일대 혼잡을 겪었다. 아이돌 팬의 환호성을 비명으로 오인해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결과물은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려고 하다 보니 부상자들이 생겼다.

이에 앞서 성남시 서현역 백화점에서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부상자들이 나왔다. 범행을 벌인 사람은 20대 남자로 백화점에 들어오기 전에 차량으로 인도로 달려들어 사람을 다치게 했고, 차량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흉기로 찔러댔다. 외딴 지역도 아니고 번화가 지하철에서 대담한 범행이 이뤄졌고, 꽤 많은 사상자가 나와 상당한 충격을 준 사건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사건을 모방하려는 듯 칼부림을 하겠다고 전국 곳곳에서 예고 글을 올린다.

이에 사람들이 매우 민감해졌다.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보여도 신고하고 대피한다. 너무 불안한 나머지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게 아니라 대피를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 왜 비슷한 범죄가 이어지고 이를 모방하려는 행동이 이어질까.

경찰이 파악한 살인 예고 글이 7일 오전까지 187건이다. 범죄 현장이 도심이자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범행시간도 오후 늦은 밤이나 새벽처럼 인적이 드문 시간이 아니다. 대낮에 사람들도 많은데 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불안 수위가 높아진다. 이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지 모르다 보니 작은 움직임에도 펄쩍 뛰게 된다.

경찰이 대대적인 인력 증원으로 범죄 예고자를 추적하고 순찰을 돌지만 전국에서 유사 행동이 벌어진다. 경찰이 검거한 범죄 예고자가 절반 이상이 10대로 밝혀졌다. 그들은 장난으로 범죄 예고 글을 작성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장난으로 할 일인가. 관심을 받을 일인가. 특히 10대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못하는 형사미성년자의 특수를 고의적으로 이용한다.

장난으로도 범죄를 기획하고 예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범죄를 모방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인이 될 수도 있다. 인명피해가 큰 사건이 대대적 보도를 통해 이슈가 되자 모방 범죄가 이어지는데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보도매체들의 시선이 집중되니까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착각하는 모양이다. 범죄자는 연예인이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으로 사회에서 격리돼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못해도 심각한 범죄의 경우 대가를 치르도록 해 건전한 생활의 지향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를 자행하는 건 분명한 범죄다. 범죄가 뭔지 생각도 없이 게임처럼 가볍게 모방하는 이들에게 잘못됐다고 분명히 가르쳐 줘야 한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어른 못지않게 잔인해지고 심각해지는 모습을 볼 때 사회 안전을 위해 이 부분에 대한 교육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을 위해 온전한 사고를 심어 줘야 한다. 청소년들이 바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면 쉽게 일탈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범죄는 해악성과 위험성이 높고, 피해자도 모르는 사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 피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처벌이 끝나도 피해는 끝나지 않는다. 

범행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니 대학생들은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찾아보는 앱을 만들었다. 누구든 테러 예상 지역을 찾게끔 한 조치다. 치안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습격 가능성을 알아보는 앱까지 설치해 일상을 조심해야 하는 나라가 됐음이 안타깝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안전을 위협당하는 일이 없는 우리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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