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왜 다시금 평화교육을 언급하는가? 지금은 나라 안팎으로 안보와 평화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시점이다. 미·중 경제 전쟁과 북핵 위기로 인해 한·미·일 동맹 강화와 더불어 북·중·러 연대가 재차 냉전 시대를 부활하는 듯하다. 이러한 시점에 날로 확산하는 ‘묻지 마 식 사회폭력’과 학교폭력은 강력한 국가적 대응을 요구한다. 바로 평화교육의 시급한 시대적 필요성이다. 하지만 아직도 생소한 이름으로 인식되는 이 교육 운동은 어떻게 생겼을까?

20세기 초반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꿈꾸던 서구 평화주의자들의 소모임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졌다. 그 후 공교육 안으로 들어온 시기는 1960∼1970년대 핵전쟁 공포감이 확산하면서부터다. 이때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평화 교과과정과 교재가 개발됐고, 평화교육 인식이 확대돼 교사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이때부터 전쟁과 일상적 폭력문화, 개인과 사회의 차별과 배타성이 폭력적 분쟁과 불가분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교육 중심을 차지하면서 평화학과 평화교육학이 발전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잠시 평화교육 역사를 개관해 보자. 1994년 세계 대다수 교육부 장관들이 유네스코 총회에서 발표한 ‘평화 인권 민주주의 교육에 대한 선언’은 평화교육을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적 교육의 하나이자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한 구성 요소로 선포했다. 1999년 헤이그 세계평화회의에서는 청소년 대표들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정의, 관용, 평화가 기초교육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중시해 국제이해교육의 맥락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평화 연구자 확산과 평화 담론·평화교육의 정책화가 서서히 일어나기도 했다.

평화교육 분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분되는가? 여기엔 유아기 평화교육, 세계화와 폭력의 문제, 테러의 문제, 교육에서의 폭력, 인권과 평화교육 관계, 여성과 평화의 관계, 평화와 민족 문제, 평화교육의 이론, 평화교육 비교연구, 평화교육 적용 프로그램 개발, 수업모델 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그 결과 평화교육 실천 교사 집단이 등장했고 공교육에서 평화교육을 정책화하려는 시도가 일어났으며, 평화교육 실천 단체와 관심층이 많이 늘어나고 네트워크가 증대했다. 또 평화교육과 관련해서 평화 여행·답사 같은 체험 프로그램과 평화주제 강좌, 국제 교류도 늘어났다.

그렇다면 오늘날 평화교육의 초점은 무엇인가? 첫째, 갈등 해결 중재 교육이다. 이는 갈등을 덜 폭력적으로, 관계를 더 평화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공감·의사소통 훈련, 대안 개발에 집중한다. 둘째, 폭력 방지 교육이다. 이는 폭력의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한 폭력을 중지하는 데 집중한다. 여기엔 분노 조절·관리, 관계 훈련을 포함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이는 지구촌 불평등과 빈곤 착취, 폭력 문제, 발전과 관련한 가치들의 변혁에 집중한다. 넷째, 범지구적 평화교육이다. 유네스코의 평화 문화 형성을 위한 국제이해교육과 세계시민교육에 집중한다. 여기에선 연대와 형평성 감각을 강조한다. 다섯째, 비폭력 교육이다. 이는 평화와 생명의 가치에 집중하며 비폭력 대화, 영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다.

평화교육의 핵심은 평화를 가르치는 것이라기보다 평화를 위한 배움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평화 역량을 길러야 하는 막중한 책무성을 요구한다. 진보·보수라는 진영 논리에 의해 국민 갈등이 심화하고 막말과 혐오가 일상화된 현실은 평화교육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초·중·고별로 배움이 일어나는 ‘평화교육과정’의 실현이다. 그 안에서 수학여행을 ‘평화기행’으로, 수련활동을 ‘평화수련회’로, 봉사활동을 ‘평화봉사’로 연계하는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근거가 된다. 이로써 평화 감수성 함양과 더불어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성인지 감수성 따위 심각한 사례의 해결도 기대된다. 

국제적으로는 한반도에 드리워지는 암울한 전쟁의 기운도 우려스럽다. 평화교육은 우리가 지식 교육과 입시 교육에 묻혀 망각하고 소홀하기 쉬운 학교교육에서 다시금 인식하고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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