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 LG 트윈스가 리그 1위를 달리면서 2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지금처럼 LG 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이 있었던가. 야구를 좋아하지만 그동안 LG 성적이 좋지 않아 야구를 보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2위에서 한국시리즈도 못 가고 탈락하는 상황을 보면서 팬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다시 LG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좋아하면서 바보 같은 사람이 된다.

어릴 적 아버지는 기자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손을 잡고 LG가 운영하는 럭키슈퍼로 갔다. 럭키슈퍼에서 LG 어린이회원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이회원으로 가입하면 등에 LG 로고를 박은 유광점퍼와 글러브, 방망이를 선물로 줬다. 점퍼를 입고 글러브를 끼면 마치 LG 소속 프로야구 선수 같았다. 그렇게 LG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지금 SSG 랜더스 팬이다.

LG는 1990년과 1994년 우승한 뒤 지난해까지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는 잘하는가 싶으면 떨어지고 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LG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친구들은 항상 기자에게 "인천에 살면서 왜 LG를 응원해?", "어차피 하위권인데 야구 왜 봐?", "LG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선수들이 다들 잘한다" 같은 비아냥 섞인 말을 건넸다. 그때마다 "그냥 LG가 좋아서 응원한다"고 했다.

LG는 1990년대 황금기를 겪으면서 최고 팀이었다. 1990년 럭키금성이 MBC 청룡을 인수하면서 LG 트윈스를 새롭게 창단했다. 당시 LG는 백인천 감독 지도로 시즌 초 꼴찌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일궈 내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당시 김재박·이광은 같은 베테랑과 김상훈·윤덕규·박흥식을 비롯한 중견 선수들의 조화는 과연 일품이었다. 선발투수 김용수·김태원과 마무리 투수 정삼흠의 활약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후 6∼7위를 기록하면서 우승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1993년 LG의 영원한 야생마 이상훈이 입단하면서 최종 성적 4위를 기록했고, 다시 우승을 기대하게 했다.

LG 팬으로서는 잊지 못할 1994년. LG는 이상훈을 중심으로 서용빈·유지현·김재현이라는 신인 3인방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신바람 야구’라는 LG 특유의 구단 문화를 만들었다. 신바람 야구를 등에 업은 LG는 정규시즌 1위 자리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서 태평양 돌핀스 상대로 4연승을 기록하면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잘 기억도 나지 않는 1994년의 LG를 그리워하면서 지금까지 응원했는지도 모른다. "사랑해요 LG."  

<하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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