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의 한 무료급식소 외부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취약계층. /사진=김강우 기자
수원시 팔달구의 한 무료급식소 외부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취약계층. /사진=김강우 기자

"덥지만 어쩌겠어요. 살려면 아무리 더워도 가야죠." 17일 오전 10시께 찾은 수원시 장안구 A무료급식소에서 마주친 B씨 말이다.

이곳에선 봉사자들이 무료로 나눠 줄 반찬과 밥, 국 따위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급식소 앞 그늘에는 무료 급식을 먹으려고 찾은 노숙자와 무의탁노인 들이 띄엄띄엄 앉아 쉬는 중이었다.

잠시 뒤 배식을 시작하자 외부 그늘에 앉았거나 식당 안에서 쉬던 시민들이 재빠르게 줄을 섰다. 식당 안에는 먼저 들어간 20여 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자리를 찾지 못한 몇몇은 식당 외부에 놓인 탁자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끼니를 때웠다. 일부는 무료 급식을 따로 포장해 가져갔다.

폭염주의보를 발효한 이날 낮 최고기온은 32℃였다. 이곳은 인기 무료 급식소 중 하나다. 작은 공간이만 ‘실내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화서동에 있는 C무료급식소는 혹서기에 찾는 취약계층을 위해 인근 교회에서 무료 급식을 한다.

약 2㎞ 거리를 걸어 무료급식소에 오는 60대 김모 씨는 "집 근처에 야외에서 무료 급식하는 곳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어져 더운 날에도 이곳을 날마다 방문해 끼니를 챙긴다"고 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은 땡볕 아래서 먹는 밥보다 줄어든 무료 급식 횟수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사랑의 밥차’의 경우 6월 29일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하고 다음 달에나 급식을 다시 시작한다.

시 관계자는 "혹서기(7∼8월)에는 고령의 노인들이 음식을 먹다 체하거나 식중독 감염 우려가 있어 무료 급식을 하지 않는다"며 "이 기간 무료급식소에 재료나 음식 지원은 따로 하지 않고, 기부받은 음식과 재료만 보낸다"고 했다.

그나마 팔달구 D무료급식소의 경우 혹서기 때 주변 취약계층의 사는 곳을 파악한 뒤 차를 이용해 직접 배달한다.

한 자원봉사단체 관계자는 "뜨거운 날씨 탓에 밥을 다 먹지 않고 버리는 분들도 있고, 음식이 빨리 상하는 단점도 있다"며 "수년간 수원지역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했지만 해마다 무더위 때는 피한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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