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아파트 뒤쪽에 얕은 산이 있어 가끔 오르내리는데, 1시간 정도 걸려 운동하기 그만이다. 

지난해 이곳을 맨발로 다니는 사람을 종종 봤다. ‘따라 해 볼까’ 하다가 엄두가 나지 않아 잊었다가 올해 봄 용기를 냈다.

계기는 아내 건강 때문이다. 아내는 지난해 말 폐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2개월간 집에서 요양했다. 봄도 됐고 운동으로 회복이 필요했기에 마침 잘됐다 싶어 뒷산으로 갔다.

슬리퍼를 신고 가서 산 입구에 벗어 놓은 뒤 맨발로 걸었다. 가끔 황토색 흙을 밟으면 시원한 느낌을 받고, 조그만 돌을 밟으면 아프지만 지압이 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중간 지점까지만 약 30분 정도 걸었다. 

지금은 거리를 늘려 1시간 10분 정도 걷는다. 맨발 산행에 맛들이다 보니 시간만 맞으면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는 일이 잦아졌다. 

자연스레 아내 건강이 좋아지고 체력도 나아졌다.

좋아졌다는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몸이 자연스레 산으로 이끌릴 정도로 매력이 있다. 

우선 신발에서 해방된 발의 자유스러움이 즐겁다.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발가락이 균형을 잡아 주고 지탱하는 느낌이 좋다. 

자연과 하나되는 정서상 안정감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몸과 마음에 더 빨리 흡수되는 느낌이다.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관절 부위를 감싸는 근육이 튼튼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비탈길도 발바닥 접착력 때문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맨발이기에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아 새와 풀벌레 소리만 요란할 뿐 마치 혼자 걷는 듯하다. 

아내를 앞장서게 하고 대화를 하지 않으면 5초에 한 번씩 남편이 뒤따라오는지 돌아본다. 그 모습도 재미있고 정겨워 가끔 뒤따르지 않고 숨어 장난도 친다.

맨발 산행의 절정은 특이하게 산이 아니라 집에 도착해서다. 흙 묻은 발을 혼자 닦기 힘들어 부부가 서로 발을 씻긴다. 

이때 검고 진득한 반점이 발바닥 곳곳에 묻는 경우가 있는데, 때밀이 수건으로 밀어 보면 향긋한 송진 향이 퍼진다. 더구나 아내는 자신의 발을 닦아 주는 그 시간이 가장 좋다고 한다.

맨발 걷기 효과는 이미 언론에서 자주 다뤘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운동 습관이고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라는데, 70∼80세 이후 아파서 눕거나 걷지도 못하고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진정한 100세 행복을 느끼려면 나이를 불문하고 운동하는 습관을 평생 가져가야 한다. 

집 가까운 곳에 산책로가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맨발 걷기를 권한다.

<임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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