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인하대학교 겸임교수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인하대학교 겸임교수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의 ‘잼버리’는 북미 인디언의 ‘시바아리(shivaree)’라는 말이 유럽으로 전해지며 통용됐다고 한다. ‘야영’과 ‘교류’라는 자연스러움에 군대조직 같은 내부 통제 기강도 함께 배우고 익히는 행사라고 한다.

초기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태풍까지 겹쳐 불완전한 행사가 되고 말았지만 인종과 종교, 문화를 뛰어넘는 그리고 국민과 정부, 민간기업, 기관, 학교까지 적극 나서 마무리를 잘했다. 전 세계 청소년 잔치답게 ‘생존’과 ‘극복’, ‘탐험’, ‘교류’라는 아이콘이 생생하게 이번 행사를 통해 경험하고 추억하게 됐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러면서 젊은 시절 군대생활 3년의 흔적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당시 나는 불합리에 대한 인내와 극복이 최우선이었고, 그 가운데 고치고 받아들이며 진보를 거듭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나름 그 진보를 자부한다. 

끝난 이야기지만 내 개인적 생각은 식음료나 화장실, 살충과 배수 문제만 미리 넘치도록 충분히 대비해 주고 나머지 야영과 교류, 생존과 극복 같은 본질적 문제는 자연스럽게 이겨 내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은 배고프고 목도 말라 보며 극기의 순간적 경험 역시 앞으로의 자기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 스토리 빌딩을 한 셈이다.

얼마 전 동물원에서 키우는 남방큰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봤는데, 사전 연습을 철저히 하며 바다로의 자연스러운 귀환을 무리 없이 성공시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제돌’, ‘춘삼’, ‘비봉’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며 차례대로 제주 앞바다에 풀어준 이들 돌고래는 지금도 가끔 인식표를 붙이고 다른 고래들과 함께 힘차게 유영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한 책임자에게 기자가 "지금까지 어떤 마음, 어떤 방법으로 일했으며,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주 짧게 답했다.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됩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의도는 가급적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설사 그런 의도가 선의로 포장된 경우라고 해도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용인되는 관리통제는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ESG가 제시한 화두는 결국 "그냥 두라"다. 다만, 사회적 합의나 법리적인 인과응보, 경영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으면 노자사상 무위자연설까지 맥을 닿게 해 주는 그런 테마인 셈이다. 순리와 공감, 본질과 이치에 따라 경영이란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내용을 담아내라는 그런 ‘그냥 두라’라는 철학도 가능한 것이다. 특히 지구환경에 관한 여러 문제와 관련 위기는 이제 그 누구도 그냥 방기할 수 있는 가벼운 이슈가 아니고 더 이상 가볍게 취급해서도 안 된다. 

에너지 낭비와 탄소배출에 관한 문제는 주지되고 실행돼야 할 과제임을 선험적으로 체화한다. ‘규제’와 ‘법’으로 그렇게 묶어 놨지만 문제는 ‘인식’과 ‘양식’에 관한 보이지 않는 무의식적 환경 훼손이 그야말로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CEO를 비롯 모든 고객, 직원의 법·규제 밖 의식의 문제는 관리통제로만 가능할까? 아니라는 것이다. 수시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으로 무의식의 선한 자율적 동기부여가 주어져야 한다. 이 과제에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한 표준이 뭔가를 생각하고 일하라고 한다.  

동기부여는 일시적이고 매 순간 다를 수 있다. 표준은 사람들의 감정이 어떠하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표준은 무엇일까? 관리통제되는 보이는 의식, 행동의 지표가 아니라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삶의 나침반’ 구실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기본이나 철학, 삶을 마주하는 태도 등등 그 어떤 것을 붙여도 좋다. CEO가 직접적인 모범을 보여도 좋고, 그래서 직원들을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끌고 실천할 구체적 과정으로 안내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표준은 두고 보며 관리통제를 하는 것보다 직원 스스로에 대한 정직함을 요구하고 핑계를 없애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ESG 경영은 극복과 도전의 역사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기준과 제약, 통제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세상은 원초적 본질 규명으로 ‘어렵지만 제대로’라는 길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소비자는 지구환경 보존 전사가 돼 도처에서 바른 방향의 선한 영향력을 자생적으로 행사할 테다. ESG 경영은 관리통제 최소화의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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