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자랑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후진적 참사는 되풀이된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외벽 붕괴 사고는 안전을 도외시한 또 하나의 ‘인재(人災)’임에는 이견이 없다. 아파트 붕괴는 1970년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 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50년이 지나도 아파트가 무너졌고 백화점도, 한강다리(1994년 성수대교)도 무너졌다. 지하철 화재(대구 2003년),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이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1993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2014년), 10·29 참사(2022년) 등 많은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기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사안일과 임시방편의 공수표 정책도 짚고 가야 할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후진국형 건축물 붕괴 참사는 1970년 4월 8일 새벽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로 기억된다. 그때도 부실공사(공기 단축과 콘크리트 시멘트)가 원인이었으며, 지금 순살 아파트로 비아냥대는 아파트에도 철근이 빠졌다 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아파트에 철근은 있어야 한다. 와우아파트 사고에는 시멘트가 부족했고 이번에는 철근이, 지금 짓는 아파트는 무엇이 빠졌을지 두렵다. 침몰 사고도 아파트 사고도, 화재 사고도 50년이 지나도 부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성수대교는 애초 공사기간이 3년으로 계획됐으나 6개월가량 앞당겨졌고, 다리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 수직재의 용접 부위도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조사됐다. 여기서도 책임자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건설사의 부실시공뿐 아니라 당국의 형식적인 안전점검과 땜질식 사후 관리가 더해져 빚어진 원시적인 인재였다. 

건물이 막판 무리한 설계변경을 통해 증축되고,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하도급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사가 재발주되는 등 부실한 운영과 그에 따른 비리가 이때도 마찬가지로 사고의 근본 원인이었다.

상식으로 판단되는 문제를 진상조사, 국정감사만을 외치는 진상을 부린다. 진정한 심사숙고의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이기를 바란다.

어설픈 부동산 정책으로 23번의 정책이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켰고, 책임을 묻는 단순한 문책이 아니라 계획에서 준비, 실행까지 꼼꼼이 점검하는 정책을 바란다. 장관이 정치권의 보은 인사로 채워지는 점도 문제다. 내부 승진에 따라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는 내부 인사로 업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스펙 모으기처럼 장관직을 넘나든다.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장관이 돼야지, 지나가는 바람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람을 바꾸니 정책은 실효가 없고, 조직은 자존감이 없는 조직이 되고, 장관은 무능해도 버티면 되는 자리로 돼 간다. 능력 있는 자, 노력하는 자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모든 것이 빛을 내며, 공자나 맹자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 그것을 상식(常識)이라 하고, 그것을 보편타당성이라 한다.

상식과 보편타당성을 모두가 아는데,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라는 작자들은 망나니 짓을 해도 그만이다. 그 집단은 어찌해도 손댈 수 없고, 그 집단은 무슨 짓을 해도 면책권을 가졌다. 진상조사와 특검을 하라고 입에 달고 살며 진상을 부려도 어쩌지 못하니 국민은 정치 피로감에 지치고 힘들다. 힘 있는 자의 측근이라고 법리를 벗어나고, 그들과 네트워크가 있다고 피해 간다면 공부할 필요도 없고, 노력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편법과 기회주의만 가득한 사회로 간다. 노력하지 않아도 아빠 찬스와 엄마 찬스에 길들여지고, 고속도로 변경이 그리도 쉽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검토하고 준비하는 국토교통부 담당자, 아빠·엄마 찬스를 사용할 수 없는 대다수는 힘이 빠지고 노력하고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

킬러문항이 입시 본질이 아닐진대 그것을 입시 문제로 연결하는 난센스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참교육을 실천하자던 교사들, 교육 현장에서 시험으로 등수를, 순서를 정하지 말라던 선생님들 집단은 킬러문항의 입시제도에 침묵하며, 교권은 사라지는데 그들만의 집단이익에 목소리만 높인다. 하나의 이익집단이 된 지 오래됐고, 정치권을 흠모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 "선생이 ○○이 없지 가오가 없나?" 이런 말을 외치는 교권이 된다면 그때가 상식적인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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