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자주 듣던 이야기는 군 시절 일명 ‘줄 빠따(?)’다. 지금 세대는 잘 쓰지도 않을 뿐더러 상상도 못할 사라진 은어다. 곧 80대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8사단 포병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버지가 군 생활을 하던 1960년대는 한국전쟁 휴전 뒤 베트남전 파병 같은 격동의 시기로 남북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아버지는 너무나 열악한 군대 생활이었지만 국가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군대 기강 하나만은 최고였다고 회상한다. 기자가 장교 생활을 하던 1990년대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1996년 9월 18일 강릉 무장공비 대침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현역도 현역이지만 강릉 무장공비 침투 현장에서 예비역 장병 활약이 대단했다. 유사시 국가안보 한 축을 담당할 예비 전력의 강력한 힘을 보여 준 사례다.

긴 세월이 흘렀고 전부 바뀌면서 군도 큰 변화를 맞았다. 1990년대 군 생활을 했던 이들이 지금은 40대 후반, 50대 중후반이 됐다. 당시 부사관, 장교로 복무했던 이들이 현역이라면 원사나 중령, 대령, 장군이 됐다.

격변의 시기인 1970∼1980년대에 험한 군 생활을 한 상급자에게 욕설과 폭언 따위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깍듯이 모신 군 간부들이 지금은 신인류인 MZ세대들과 세대와 문화 차이를 겪으며 고군분투 중이다. 게다가 20대 성인 아들을 마치 어린이집·유치원생, 보이스카우트 대원 정도로 생각하는 유난스러운 부모님까지 가세하면서 고충은 커진다. 지금 병사들은 예전 보병 소대장의 패기와 상징과도 같았던 구호 ‘나를 따르라’를 외치면 아마도 "소대장 너가 가라" 또는 "엄마에게 물어보고 결정할게요"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교육 현장이나 군대 조직이나 지나치게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교권도 추락하고 군 기강도 문란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당연히 인권은 중요하다. 기본 중에 기본이기에. 다만, 어느 조직이나 특유의 문화가 있다. 나라를 지키려고 군은 평소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고 유사시 국가를 위해 싸운다. 제복을 입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이 존경·존중 받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국민이 건재해야 국가가 존재하는 법이다. 때문에 백성을 지키는 이들이야말로 특별한 헌신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최근 젊은 해병 죽음을 두고 논란이 커진다. 군 특성상 당연히 ‘상명하복’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인권 보장이 잘 안 되고 무식하게 "까라면 까라"는 식의 쌍팔년도(?)식 군대 문화는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군이 주변 강대국 위협에서 국민을 지키는 길은 최강의 전투력을 키우는 길뿐이다. 동시에 과거 군이 행한 왜곡되고 굴절된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변해야 한다. 더구나 MZ세대 운운하지만 사실은 유약하기 짝이 없는 국군 보이스카우트, 당나라 부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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