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가볍게 무시한 채 차를 몰다가 차 진입 금지봉으로 막은 길에 들어섰다. 자동차 한 대만 다닐 거리에 주정차한 차로 길은 좁았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행인은 많았다.

빠져나올 방법은 후진 뿐이었다. 

사이드 미러 속 행인들은 대부분 이어폰을 꼽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뒀다. 덕분에 길을 벗어나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간절한 목소리에 따르지 않은 벌이다.

이 골목뿐만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부분 목적지까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운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때조차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이들이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너도록 시선에 맞춘 바닥 신호등까지 생겼다.

기자도 늦은 밤 멍하니 사회관계망서비스 알고리즘에 끌려 짧은 동영상을 연달아 보다가 잠든다. 초등학생인 막냇동생에게 스마트폰을 놓고 다른 일을 하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양심이 쿡쿡 찔린다.

스마트폰 없던 시절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연령 상관 없이 버릇처럼 사용한다. 더욱이 자극을 주는 콘텐츠를 쉽게 보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자극을 무료하게 느낀다. 

심지어 취미가 스마트폰이고, 대인관계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스스로 자극을 조절하지 않으면 현실과 등지고 화면 속 세상에 갇혀 은둔하기 쉽다. 최근 흉악 범죄자들이 은둔형 외톨이었다는 소식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일부 지자체도 이를 치유하려고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으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디지털 디톡스란 독소를 빼낸다는 뜻을 담은 단어 디톡스를 사용해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멈추고 쉰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에 흥미를 찾도록 돕는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가 지나친 사용에 심각함을 느끼고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했다. 

열지 못하는 금욕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고 10시간을 버텼다. 뭐가 어렵나 싶었지만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적응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이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나, 브레이크 없이 사용한다면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 속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게 만든다.

"사람이 사람이 만든 스마트폰에 잡아 먹힐래?" 막냇동생에게 하는 단골 잔소리를 스스로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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