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 탓에 우리 경제에 ‘양극’이라는 문제가 생겼다. 건실하게 운영하던 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으로 내몰렸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경제위기는 양극으로 이어진다. 자본과 신용이 높은 대기업은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지만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부실을 겪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경제위기’까지 계속된 국내 경제위기는 개인·기업·산업 간 경제 양극을 부추겼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양극 해소와 경제 활성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공동사업 플랫폼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본격 시작한 1960년대부터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쟁력을 높여 국민 경제 균형발전을 촉진했다. 현재 전국에 걸쳐 940여 개가 운영 중이고 7만여 개 회원 업체가 있다.

인천에도 40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운영 중이고, 회원사와 유관업체까지 포함하면 6천여 개에 이른다. 설립한 지 60년 이상 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2개, 20년 이상 된 조합은 12개다. 지난 60여 년간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인천에서 생산과 소비, 기술 혁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면서 지역경제 활성에 이바지했다.

이러한 구실에 대한 인식을 높여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2020년 국회는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중소기업으로 인정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참여 가능하다.

인천시도 2019년 중소기업조합 육성 조례를 제정해 중소기업 협동조합 지원에 필요한 법 근거를 마련했다. 인천지역 군·구의회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 인천 제조업 혁신 성장 주도

대한민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은 제조업 기적이다. 인천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제조업에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제조업은 산업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제조업 혁신은 물류·운송 관련 서비스업에 영향을 끼치고, 다시 산업 전체로 확산한다. 인천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기계·주물·가구 같은 제조업 핵심 업종에서 나날이 발돋움했다.

2000년대 기계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격변 시기에 경기인천기계공업협동조합은 시대 요구에 먼저 행동했다. 기술 혁신이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정부 R&D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송풍기 전용 BLDC 고효율 에너지 모터 개발, 냉동, 하수처리 같은 산업용 시스템에 적용할 스마트 하이브리드 방식 DDC 개발, 판형 열교환기 개발 같은 성과를 이뤄 냈다.

모래알 같은 중소기업을 하나로 뭉쳐 뿌리산업 생존 기반을 조성한 조합도 추진했다. 2008년 당시 고철·선철 같은 원재룟값이 100% 넘게 상승했으나 수요처인 대기업은 10% 안팎으로 납품 인상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관련 중소기업이 부도·폐업에 내몰렸다. 

당시 대기업과 맞서 싸운 다윗은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이었다. 인천 주물 중소기업계는 주물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했고, 정부·대기업을 상대로 효과 있게 대응해 납품 단가 인상을 이뤄 냈다.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계속 진행한다. 지난날 인천은 원자재 수입 물류 용이성으로 가구산업 메카라고 했다. 하지만 IMF로 인해 가구산업 침체가 가파르게 진행됐고, 2014년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 국내시장 진출로 입지가 차츰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 내려고 2010년 중반 설립한 인천가구협동조합은 스마트가구 특화단지 조성, 중소기업 전용 공동전시·판매장 개설로 살 길을 찾는 중이다.

인천 제조업 지원에 필요한 후방기지 노릇도 한다. 제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용 부품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한다. 인천 대표 산업단지인 인천남동산단에 필요한 산업용품을 제공하는 곳이 남동산업용품상가다. 남동산업용품상가사업협동조합은 해당 상가를 운영·관리하면서 화장실 환경개선사업, 온라인 화상회의실 운영, 우리 마을 상인회 활성 바우처 사업 같은 공동사업으로 회원사 협력을 이끌어 냈다.

# 인천시 도시브랜드 제고

도시브랜드는 자본·기술을 유인해 지역 개발을 촉진한다. 지역 역사, 문화, 자연환경, 관광자원 이미지로 형성하는 도시브랜드를 제고할 경우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성장을 추동한다. 매력 있는 도시로 인재와 기업이 몰려들고 투자를 유치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기 때문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인천 대표 관광자원으로 인천 브랜드를 높이는 중이다. 지난 50여 년간 전국을 대표하는 수산물 유통단지다. 꽃게·젓갈류·활어·조기·갈치를 비롯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 품목을 취급하며, 연간 2천억 원가량 거래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일 5천~6천 명, 주말 3만~4만 명이 찾는 명소다. 

인천종합어시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를 높이려고 인터넷 종합쇼핑몰을 운영 중이고, 공동물류 배송시스템도 구축했다. 해마다 꽃게 축제를 열어 관광도시로서 인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연안부두 지역도 다양성이라는 인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연안부두 지역은 우리나라 대표 수산물 유통지역이다. 거래 규모는 수산물이 연간 4만5천여t에 이르고 매출은 5천억 원이 넘는다.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연안부두 120여 개 활어도매업체 구심점 노릇을 하는 곳이다. 조합은 해수 공급사업으로 회원사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활어를 공급한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산업과 유통 중심기지 구실을 하는 곳도 있다. 인천산업유통상가는 4천여 개 사가 상주하고 1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근무하면서 월평균 1천400억 원, 연간 1조7천억 원 매출을 기록한다. 인천산업유통사업협동조합이 관리하고 운영한다. 조합은 상가 전체 면적 20%에 녹지를 조성하고 차 6천 대가 동시에 주차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 취약계층 돕기, 장학금 지급 같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선다.

황현배 인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협의회장.
황현배 인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협의회장.

#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천중소기업협동조합

이 말고도 인천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은 K-FOOD, 자동차정비업, 재활용산업, 레미콘산업에서 공동 사업으로 산업 발전을 견인한다.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인천 김치산업 발전을 주도한다. 김치산업은 한류 확산으로 전 세계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음식이 됐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김치 탓에 한때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 이에 조합은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이전받은 김칫소 넣기 자동장치 기술을 생산에 접목해 당초보다 9배에 이르는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김치산업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를 만들었다.

인천경서아이푸드파크식품사업진흥사업협동조합은 국내 식품산업 발전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조합이다. 수도권 최초·최대 규모 식품산업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전체 면적 28만㎡ 단지를 서구 금곡동에 조성 중이다.

인천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은 투명하고 건전한 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구슬땀을 흘린다. 적정 설비를 갖추지 않아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범죄에 이용한 차 개조 따위 범죄에 이용하는 불법 자동차 정비업체를 수시로 파악한다. 문제가 있는 정비업체는 수사당국에 고발해 건전한 자동차 정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인천자원순환특화단지사업협동조합은 자조·자립 정신을 실천하면서 인천 재활용산업이 발전하는 바탕을 구축했다. 전국 최초로 순수 민간자본(436억 원)만으로 면적 5만6천여㎡ 자원순환특화단지를 서구 경서동에 조성했다. 인천 재활용산업 물류비용 감소와 매립, 소각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같은 성과를 이뤘다.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도 회원사 간 소통과 화합, 공동 사업으로 회원사 성장을 견인하고 업권을 신장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2007년 설립 당시 조합원사 평균 매출 규모는 120억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3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앞으로 인천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해상구조물 콘크리트 공급에 적합한 해양 배치 플랜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인천에는 40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지역경제 활성에 이바지한다. 업종·산업별 관심 사항은 다르지만 지역경제 현안에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결성한 단체가 인천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협의회다. 협의회에는 전국 조합을 뺀 인천지역 모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가입했다. 분기·월별로 모여 지역경제 현안을 논의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한다.

협의회는 2014년 인천시가 개최한 아시안게임을 성공으로 이끌려고 인천 중소기업인들의 경기 관람과 경기장 티켓 구입을 독려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한몫했다. 또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인천지역 중소기업 정책건의집을 제작해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에 노력했다. 해마다 명절이나 연말연시에는 소외된 이웃을 방문하고 격려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황현배 협의회장은 "혼자서는 작은 한 방울이지만 뭉치면 바다를 이룬다"며 "인천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협의회는 인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지역경제 활성 주체로 대접받고 건강한 생태계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민호 기자 hmh@kihoilbo.co.kr

사진=<인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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