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설화 중 ‘삼 년 고개 설화’가 있다. 이 설화는 대체로 "넘어지면 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고개에서 어떤 사람이 넘어지게 되고, 이에 삼 년밖에 살지 못함을 알고 걱정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해 준 어떤 사람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유형의 설화는 전국적으로 채록된 수가 적지 않을 뿐더러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였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과 일본에도 전해지는 이 유형의 설화는 해결책을 제시한 인물이 다르다는 점 등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 설화의 보고(寶庫) 중 하나인 인천 백령도에도 ‘삼 년 고개 설화’가 전해진다.

옹진군 홈페이지에 실린 이 설화를 요약하면, "옛날 백령도에는 넘어지면 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고개가 있었는데, 가난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이곳을 지나다가 넘어진다. 이에 삼 년밖에 살지 못함을 알게 된 선비는 그곳에 주저앉아 통곡하며 자신의 비운을 한탄한다. 그러던 중 불현듯 두 번 넘어지면 6년, 세 번 넘어지면 9년을 살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에 여러 번 넘어져 수명을 늘려 놓은 선비는 후에 과거에 급제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삼 년 고개 설화’는 기존 또는 과거 관습에서 탈피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넘어지면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기존 관습을 극복하는 것이 주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유형 설화 중 다수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인물이 어린아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 때문에 이 유형 설화를 ‘재주 많은 아이 설화’와 연관 짓기도 한다. 

‘재주 많은 아이 설화’는 아이의 재기발랄함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재기발랄함은 대부분 ‘발상의 전환’에서 일어난다. ‘발상의 전환’은 기존 틀에 익숙해진 어른들이 제시하기는 쉽지 않기에 아이를 해결자로 등장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삼 년 고개 설화’에서 ‘3년밖에’라는 난제(難題)를 ‘3년 더하기’로 바꿔 해결한 점도 아이의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발상의 전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다. 주지하다시피 ‘달걀 세우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환영받자 이를 시기한 일부 귀족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아냥거리자 콜럼버스가 그들에게 달걀을 세워 보라고 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자 콜럼버스가 달걀 한쪽 끝을 조금 깨뜨려 세웠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한쪽 끝을 깨서 달걀을 세우는 건 누구나 생각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달걀을 세운 후 "누군가에 의해 미리 발견된 항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이지만, 처음 발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 콜럼버스의 말에 잘 드러난다.

달걀을 깨서 세운 것마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비난하던 귀족들을 침묵하게 만든 결정적인 말이다. 즉, 콜럼버스는 ‘발상의 전환’이 쉬운 듯 보이지만 누구나 할 법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말한 것이다.

콜럼버스의 말처럼 ‘발상의 전환’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 관습 또는 규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곤란한 상황이 닥쳤거나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즉 기존 관습이나 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는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현대 신화를 일으킨 정주영 회장을 비롯해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다방면으로 참으로 어수선한 요즘 시국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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