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인천대 명예교수
이재석 인천대 명예교수

우크라이나 전쟁(War in Ukraine)이 개전한 지 1년 반이 경과한 지금도 계속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국가들과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외교·물적으로 지원하고, 중국·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러시아를 지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군과 권위주의 국가군 사이의 ‘가치’ 전쟁 양상으로 진행됨으로써 종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이 전쟁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전쟁의 향방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속 확보할 능력, 러시아 국민의 전쟁 지속에 대한 지지도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와 중국의 전쟁에 대한 태도에 달렸다고 본다. 생각건대, 이 전쟁의 향방엔 3가지 모델이 있다.

첫째는 베트남 통일 모델(V모델)이다. 1975년 분단된 채 내전 중인 베트남을 무력으로 통일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우세한 화력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전체를 러시아 지배 아래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우크라이나인의 결연한 항전 의지, 나토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그리고 현재 러시아가 동원할 군사력 한계에 비춰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둘째는 쿠웨이트 주권 회복 모델(Q모델)이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해 정복하자 미국 등 군대로 편성된 다국적군은 1991년 1월 17일 ‘사막의 폭풍작전’을 전개해 이라크군을 축출했다. 이처럼 나토 소속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가 단독으로 혹은 합동으로 승리하거나 평화협정을 통해 러시아를 자국 영역 밖으로 축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 대결에 나서지 않는 이상 그리고 전쟁 중인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나토 가입 원칙상 이 모델 실현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군대만으로 얼마나 오래 전쟁을 지속 가능한가 능력에 달렸다.

셋째는 한국전쟁 휴전 모델(K모델)이다. 전쟁이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과 크림반도에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는 능력이 고갈되거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군에서 전쟁물자 지원 피로감이 심화된다면 한국전쟁의 휴전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사국이 일부 양보하면서 휴전하는 해법을 채택할 수도 있다. 

이 모델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지속 의지와 능력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국가의 태도에 달렸음은 다시 말할 나위가 없다.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전쟁 당사국이나 관련 국가군 진영의 처지, 역량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모델처럼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 속 열전임을 고려하면 필자가 보기에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중국과 미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어떤 해석에 따르면 한국전쟁 때 소련 스탈린의 속셈은 미국과 중국을 한국전쟁에 묶어 놓아 이전투구하게 함으로써 유럽에서 소련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해석은 무대가 바뀌었지만 중국 시진핑에게도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를 신냉전 속 열전에 묶어 두므로 중국이 얻는 이익은 전쟁 특수 경제로 생기는 이익을 능가한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반면 러시아 약화는 중국 역량을 가증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키신저식 판단을 하게 되면, 중국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는 미국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에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국제정치 세계에서 국가 이익이 명분, 평화를 능가한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화를 막기 위해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인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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