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미국 프로야구(MLB), 프로농구(NBA) 최고 선수 멘탈 코치이자 마이크로소프트 혁신경영 컨설턴트 벤 뉴먼(Ben Newman)이 최근 「표준:The Standard」이라는 책에서 혁신경영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았다. 

중압감에 못 이겨 항상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중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았더라면으로 결론 내는 심리학에서의 ‘행동편향’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런 상황은 표준이나 기준이 흐릿하거나 분명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한다는 논지인 것이다. 

‘동기부여’와 ‘표준’에 대한 명확한 구분도 눈에 띈다. 동기부여가 일시적이라면 표준은 변함이 없고 개인 감정과 상관없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의 묶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표준은 의미 있는, 실천하는 구체적 과정과 올바른 선택을 돕는 기준이라고 말하며 스스로에 대한 정직함을 요구하는 잣대라고 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ESG 표준이 소망스러워진다.

오래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시 이런 혁신경영은 ‘선제적 위기관리경영’이란 논제로 많은 기업 CEO들의 공통 해결점과 시작점 찾기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 재무위험(financisl risk), 운영위험(operation risk)에 대한 ‘위기관리시스템’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ESG에 대한 투자 원칙이 이때부터 혁신경영, 지속가능경영 연계 개념으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당시 일본 도시바그룹 ‘니시다 아쓰토시’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경영 비법으로 결국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위기를 극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지속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금 그대로 ESG에 가져다 복사, 붙여넣기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듯 ‘혁신’이란 용어가 교과서, 기업 경영현장에 소개된 지 70여 년 정도가 됐지만 아직도 혁신은 혁신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많은 혁신 기술을 최초 개발하고 최초 정착시킨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다. 그는 ESG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간단하고 명확하며 힘 있게 한마디했다. 

"ESG 경영은 기업을 일으키며 바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대로 계속된다. 자기효능감 고양 차원에서도 환경과 사회적 가치, 정도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매일매일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아주 조금씩 해결하고 성장시키며 개선해 나아간다. 어느 누가 지구환경을 해치는 무질서 경영을 하며 퇴행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폄훼하고 비상식적 경영을 도모하겠는가?" 

결국 ESG는 내부 관점으로 이해의 시작점을 삼는 게 맞다. ESG를 외부 시각에서 동기부여라며 접근하면 안 된다. 대기업도 56%가 아직 준비가 안 됐고,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 대상 적용 일정을 미뤄 달라는 요청한다. 대다수 기업이 ‘ESG 공시가 중요하다’(88%)로 인식하지만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스코프(Scope) 공시,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취합, 세부 가이드라인 수용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감당해 낼 수 있는 여건들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적용 자체가 ‘중대재해’라고 한다.

원칙, 기준, 표준이라는 가치 없이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게 강자논리,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중소기업에 짐을 지우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ESG 경영활동의 표준에서 평가나 등급이 공정하고 객관성을 담보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ESG 경영 산업별 평가 표준이라도 제시하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표의 말대로 기업 시작할 때부터 ESG는 실천돼 왔고, 지금 현재도 매순간 ESG에 대한 자기주도적 표준을 낮춰 본 적 없고, 또 낮춰서도 안 되는 절대 명제라는 것이다. 꼭 컨설턴트의 경영 ESG, 회계 ESG, 세무 ESG, 법률 ESG까지 비용, 인력, 시간을 투입해 그야말로 과잉(over) ESG 시대를 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표준도 마련되지 않은 과제에 얼마나 더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런저런 통제, 법리, 기준을 풀어가며 중소기업에 부담을 줘야 하는가?

지구환경을 위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투명한 정도경영을 위해 특별한 책임감도 필요하다. 그 책임감을 이겨 내려고 교육을 받고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며 등급을 조정하라고 보이지 않게 강요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갈피를 잡기 힘들게 한다. 합리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중소기업 CEO를 위한 시스템적 작은 교육과 단순 지원으로 자기주도적 ESG 실천 로드맵(혁신에 대한 표준)을 제시했으면 한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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