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잘 되길 바라는 건 하늘 아래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자녀 역시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부모님의 희생과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노력하고 또 노력해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마음대로 쉽게 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남들 보기에도 번듯한,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지만 때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괴로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보면 죄송한 감정이 쌓여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늑하고 따뜻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느새 무겁고 갑갑한 이름이 돼 버린다. 하지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곳, 나를 일으켜 세워 주는 사람 또한 결국엔 가족이고 부모님이다. 올 여름 개봉해 많은 관객을 모은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부모와 자식 그리고 연인 간 사랑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무대인 엘리멘트 시티는 물, 흙 공기, 불이라는 4개 원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다. 물은 이 도시를 개척한 일등 원소로,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불은 가장 늦게 합류한 만큼 소수에 불과하다. 불 원소 이민 1세대인 엠버의 부모님은 처음 정착할 당시 상성이 맞지 않는 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물을 원수 보듯 한다. 

한편, 슈퍼마켓을 성공으로 이끈 부모님은 이 사업을 외동딸 엠버에게 물려준 후 은퇴할 예정이다. 아버지께서 일군 사업을 잇는 일을 숙명으로 생각한 엠버였지만 사실 가게 운영에는 영 소질이 없다.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이나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날도 제어할 수 없는 강한 분노를 지하실에서 분출하던 중 수도관을 터트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물바다가 된 지하실로 흘러 들어온 시청 조사관 웨이드는 파이프가 규격 미달이라며 위반 딱지를 끊는다. 설상가상으로 슈퍼마켓 자체가 무허가 건축물임을 알게 돼 폐업신고 서류도 접수한다. 

엠버는 아버지의 꿈인 가게를 지키기 위해 웨이드를 설득하지만 서류는 이미 상관에게 전달된 상황. 하나 공감을 잘하는 웨이드는 엠버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해 그녀를 도와 최종 결재를 막고자 노력한다. 그러는 사이 불과 물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양 극단의 두 원소는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진다. 또한 엠버에게 유리공예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 웨이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엠버는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웨이드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렇게 엠버의 꿈과 사랑은 모두 끝나는 걸까?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은 자전적 경험을 보편적 정서로 녹여 낸 작품이다. 영화 속 엘리멘트 시티는 다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으로 대변되며, 불에는 한국 혹은 아시아계 이민자 정서가 녹았다. 특히 부모의 커다란 희생에 마음의 빚을 진 채 살아가는 이민 2세대의 고민에도 공감이 간다. 결국 이 작품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경계를 허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 흙, 공기, 불이라는 4개 원소를 의인화해 환상적이고 창조적으로 구축된 세계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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