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인복지 분야에서 오랜 세월 근무한 사회복지사 선배를 만났다. 언론계와 견주면 30년 차 국장급 기자 정도 되는 경력자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침 함께한 자리 곳곳에 서양화가 걸렸기에 자연스럽게 그림이 주제가 됐다. 소나무를 그린 작품, 강이나 바다를 그린 작품, 들과 산, 꽃과 나비 들 말이다.

선배는 "우리 민족은 명석한 두뇌와 손재주가 좋기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우수한 유전자와 기질, 타고난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장애물은 개성을 덜 존중하는 교육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술교육을 예로 들며 "외국은 미술학도에게 그림을 그리는 기본 방법을 터득하게 한 뒤 서양화·동양화 같은 틀 안에서 어릴 때부터 각자 개성에 맞게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게 한다"며 "이런 점이 우리와 달라 뛰어난 잠재력에도 외국에 견줘 개개인 능력을 일부만 발휘한다"고 했다.

선배가 말한 핵심은 이런 듯싶다. 말을 키우는 목장에 잘 달리는 말, 좀 뚱뚱한 말, 성질이 사나운 말, 온순한 말 들 다양하지만 이 중에 맨날 밥만 많이 먹어 잔소리를 들었지만 알고 보니 천리마인 경우도 있고, 다른 용도로 쓸 때는 최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괜찮은 리더십은 구성원 각자 개성이 다르기에 잘하는 부분은 더 잘하게, 부족한 부분은 발전하도록 독려하고 기다리고 지원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사회복지사 선배는 노인복지 분야에서 근무할 초창기에는 혈기 왕성한 패기로 상대방 인생을 자신 잣대로 평가하고 해석했단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함부로 남 인생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현장에서 어르신을 대한단다.

다이아몬드나 금수저로 태어나 돈과 명예가 있어도 행복과 불행을 오간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다 퇴직해 신도시에 아파트와 건물을 소유한 어르신도 행복하겠지만,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열심히 살아 수백억 원대 자산을 이룬 어르신도 행복하다.

초년에 많은 부분을 누렸지만 중년에 불행하고 노년에 행복한 인생, 초년에 불행했지만 중년과 노년에 많은 부분을 얻고 안정감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있듯이 각자 살아온, 살아갈 인생을 평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야기 못할 개개인 사정이 있고 기쁨과 고충이 있다. 부나 가난, 명예, 학식과 관계없이 다시 하늘과 자연으로 돌아갈 육신이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다투지 말고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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