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불안하다. 흉흉한 사건이 발생한다.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지하철역, 백화점, 학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피하는 편이 상책이다.

교사 일터인 학교는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자고 일어나면 흉흉한 사고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묻지마 범죄, 교권 추락으로 인한 교사들의 극단 선택이 잇따른다.

더욱이 수도권에서 시작한 무차별 범죄는 한 달 가까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범죄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극으로 내몰았다. 게다가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출근하던 여성이 성폭행 후 살해당했다. 모두 7∼8월 두 달 새 일어난 일들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됐다. 도덕도 사라졌다. 게다가 사건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묻지마 범죄 예고는 진화하는 중이다. 회사나 공공기관 이메일 주소를 허위로 만든 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입 인증 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가짜 계정을 생성해 파는 이들이 나올 정도다. 이들이 만든 가짜 계정은 삼성·LG·SK 들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경찰청, 교육부 같은 정부 기관까지 소속이 다양하다.

교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9월에도 이어진다. 수도권을 넘어 대전과 청주에서도 잇따라 악성 민원으로 교사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충분히 대비 가능한 일인 데다, 적어도 피해를 줄일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인의 좌절과 정신병(조현병·우울증 따위)으로 인한 범죄는 오래전부터 온라인에서 싹을 틔우고 자랐지만 치유하지 못했다. 결국 흉악한 범죄로 이어졌다.

교사들 극단 선택은 오래돼 좀체 고쳐지지 않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한 악성 민원에서 비롯했다. ‘민원은 민원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생명과 안전문제 해결책은 예방과 대비다.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치안을 비롯해 의료·복지·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함께 새로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국민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단죄는 사후 조치에 지나지 않다. 우리 사회의 구조와 관련한 문제를 되짚어야 한다.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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