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세계 각국은 나라 특성에 따라 고유의 국화를 설정한다. 미국과 영국은 장미를, 캐나다는 단풍나무를, 호주는 아카시아를, 러시아는 해바라기를, 네덜란드는 튤립을, 일본은 국화를, 중국은 모란과 매화를 나라꽃으로 정했다.

우리나라 국화가 무궁화꽃임은 어린아이도 잘 안다. 하지만 다른 꽃보다 나라꽃인 무궁화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사실이다. 무궁화의 의미는 ‘영원히 피고 지지 않는 꽃’이다. 한자로 無窮花(무궁화)는 쉴 새 없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꽃이라는 의미다. 무궁 무궁하게 꽃을 피운다 해 무궁화란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무궁화는 흔하게 보는 꽃으로 생명력도 강하다. 한 나무에서 여러 꽃송이를 피우는데, 7월 초부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하루 20~30송이의 꽃을 피운다. 한 그루에 적어도 2천 송이의 꽃이 핀다고 하니 놀랍다. 무궁화꽃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데, 무려 100일 동안이나 피었다가 지는 꽃나무다. 무궁화는 요염하거나 짙은 향기를 지닌 꽃은 아니다. 병충해가 있어도 피고 잘 자라며, 다른 곳으로 이식해도 적응을 잘한다. 무궁화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다. 학명에 syriacus가 있어 시리아가 원산지라는 견해도 있다.

무궁화는 마음 한편이 아련해지는 꽃인데,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렸기 때문이다. 무궁화의 영문명은 Rose of Sharon인데 샤론의 장미라는 뜻이다. 샤론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척박한 땅을 의미한다. 무궁화는 오랫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해 우리나라 상징인 국화가 됐다. 단군조선 이래 반만 년 동안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복하지 않고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한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고조선 이전 시대부터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시작과 그 역사를 같이한 꽃이고, 오래전부터 삼천리강산에 자생했던 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불리기도 한다. 무궁화는 꽃말처럼 끈기와 인내를 그리고 참을성까지 잘 갖춘 나무다. 1945년 광복이후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하면서 국기봉으로 무궁화꽃을 사용했고, 정부와 국회의 표장도 무궁화 도안을 사용했다. 애국가 후렴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들어가면서 사실상 겨레의 꽃이자 나라꽃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무궁화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다. 무궁화는 법령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으나 예부터 민족에게 사랑받아 온 통념의 국화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무궁화가 한민족의 상징 꽃임을 알고 무궁화를 하루살이 꽃, 진딧물이 많은 꽃,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이 생기는 꽃, 관상 가치가 떨어지는 꽃 따위로 천대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고, 일제가 무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만든 거짓 선전이다. 그들이 무궁화를 뽑아 불태워서 재래종은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전 세계에 분포한 무궁화 300여 종을 식재해 관리 중이다. 

무궁화는 전통적으로 약재로도 사용했는데, 동의보감에서 무궁화는 뿌리, 껍질, 꽃잎을 약재로 사용했다. 무궁화는 뼈건강, 항산화 효능,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비만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무궁화를 심어 잘 가꾸는 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청사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무궁화를 가꾸는 기관은 거의 없다. 대부분 길가 한적한 곳에 방치되듯이 자생적으로 길러진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긴장되고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나라꽃인 무궁화를 보호하고 잘 가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무궁화를 사랑하고 개량종을 연구해 보급해야 한다. 둘째, 모든 국가기관 정원에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 셋째, 가로수로 무궁화를 심어 왕래하는 주민들이 수시로 보게끔 해야 한다. 넷째, 아파트 단지와 가정 정원에 무궁화를 보급하는 등 무궁화 심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다섯째, 각급 학교 학생들에게 무궁화 사랑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섯째, 무궁화를 보살피고 잘 가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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