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필 장학재단 청소년들이 작은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펼쳤다.
강화 필 장학재단 청소년들이 작은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펼쳤다.

지난 2일 인천시 강화군 청소년문화의집 앞마당에서 작은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졌다. 강화지역 청년단체인 강화 필 장학재단이 인천시 청년공동체 활성사업에 선정돼 연 소박하지만 울림이 큰 행사였다. 관내 유치원생들과 청소년들은 물론 지역 청년들까지 너나 없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졌다.

잔뜩 긴장한 얼굴에 고사리손으로 현악기를 연주하는 손주·손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할아버지 모습은 자못 숙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어우러짐이자 소통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현악기 연주를 지도하는 ‘지엠 앙상블’ 김유리 씨는 아이들이 대중 앞에 나설 기회가 좀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단다. 섬 지역이라는 이유로 창작이나 발표할 기회가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강화여자중학교와 강화중학교 학생들의 밴드 공연도 이어졌다. 선율에 맞춰 가만가만 몸을 흔드는 주민 모습에서 지역 축제가 지향해야 할 바를 떠올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들과 우정을 나누려고 이웃 마송중학교 밴드팀이 출연해 흥을 더했다. 어른 아마추어 밴드인 더블폴트 팀도 한몫 거들었다.

작은 어울림은 오롯이 아마추어만의 무대는 아니었다. 지역 경계를 넘어 활동하는 ‘더리미 앙상블’팀 연주와 멀리 서울에서 온 ‘Dj Sarah’ 디제잉은 관중들에게 프로의 세계를 경험할 귀한 기회를 선사했다.

이들의 판이 무르익는 동안 무대 주변에서는 장학재단 소속 대학생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장을 펼쳤다.

강화 필 장학재단은 강화지역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3년째 이어가는 젊은이 단체다. 자신들이 성장하며 누군가에게 받았던 도움을 이제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포부를 행동으로 실천한다.

조영인 회장은 "회원들 모두가 꿈꾸던 바를 현실로 만들려고 수시로 소통합니다. 남을 위해 일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해요"라고 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서로 의존하는 세계에 산다. 그 세계에서 아이들은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고, 자라면서 ‘우리’처럼 어른이 된다.

들판의 벼, 숲의 나무, 벌겋게 익어 가는 고추, 하다 못해 사과 한 알까지. 온전히 저 혼자, 저 스스로 깊어지는 무언가가 있는가. 누군가, 무엇인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강화 필 장학재단 청년들은 대견함 그 자체다. 그들 역시 혼자가 아니다. 그들이 행사를 위해 걸어둔 배너에 적은 글을 옮긴다.

"나는, 나/ 나를 사랑할 줄 아는/ 그러나/ Imagine/ And/ 기꺼이 우리가 되어 /행동하며 나눌 줄 아는/ 강화 필 장학재단!"

강화=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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