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수경찰서가 학교폭력에 공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내건 시내버스 외벽 광고.
인천연수경찰서가 학교폭력에 공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내건 시내버스 외벽 광고.

인천연수경찰서가 학교폭력 예방 공익광고에 ‘너 T야?’라는 논란 중인 유행어를 사용해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를 지나는 58번 버스 외벽에 ‘너 T야?’라는 문구를 적은 광고가 걸렸다. 해당 문구는 유튜브 ‘밈고리즘’ 채널 폭스클럽 시리즈 속 유행어다. ‘MBTI F(공감형)가 아니라 T(사고형)야?’라는 뜻으로, 이는 상대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눈치가 없을 때 주로 쓴다.

광고에 건 이 문구는 학교폭력 피해에도 공감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사용했다. 학교폭력 피해에 좀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T’라서 공감이 어렵냐고 자극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수서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에도 공감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학교폭력 예방을 안내하려고 58번 버스와 523번 버스 외벽에 광고를 했다.

하지만 광고를 본 시민들은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폭력이라는 예민한 문제에 가벼운 유행어를 사용한 데다, 광고에 사용한 내용이 자칫 MBTI ‘T 성향’을 비하하는 뜻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는 까닭에서다.

A(25)씨는 "T라고 해서 공감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다"며 "T는 공감 능력이 없어 학교폭력에 가담하거나 마치 학교폭력을 방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B(26)씨 역시 예민한 문제에 가벼운 유행어를 사용한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B씨는 "요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T라서 왕따 당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공익광고로 보기에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유행어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논란이다. MBTI T성향을 띠는 한 SNS 사용자는 ‘너 T야?’라는 말이 불편하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 수십 개가 달리며 토론이 이어졌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여겨 해당 문구가 들어간 버스 외벽 광고를 모두 철거했다. 앞으로는 더욱 세심하게 살펴 광고하겠다"고 말했다.

윤은혜 기자 ye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