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다. 여러 추측이 나온다. 기존 전기차 구입자들이 고갈되면서 새로운 구입자가 등장하는 숨 고르기라는 부분도 있고, 전기차 강점이 하이브리드차 대비 많이 약화하면서 가성비가 떨어진 전기차 구입 패턴이 떨어진다는 진단도 있다. 전기차 보조금 하락, 아직도 불편한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전기차 가격, 상대적인 하이브리드차의 강점 부각, 높아지는 충전 전기비 등 모든 면이 작용한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자동차세 개편 방향도 불편하다. 자동차 가격과 무게를 고려한 자동차세 얘기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약 두 배의 가격과 동급 차종 대비 무게도 300~500㎏가량 무겁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가격이다. 아직은 내연기관차 대비 2배 정도 높은 가격을 보조금으로 메우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수도 없기에 하루속히 전기차 가격을 낮춘다면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바로 ‘반값 전기차’다. 전반기 테슬라의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조단가를 낮추는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면서 필자가 언급한 ‘반값 전기차’라는 표현이 본격 등장했다. ‘반값’이라는 용어는 기존 ‘반값 아파트’나 ‘반값 등록금’에서 파생된 용어로 뜬구름 잡는 의미가 됐지만, 가격을 대폭 낮추는 말로 국내시장에 자리잡았다. 그만큼 ‘반값 전기차’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후 테슬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각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가격 전쟁을 일으킨다. 중국에서 20%에 달하는 가격을 낮추면서 중국 제작사를 모두 생존경쟁으로 밀어 넣어 다수 제작사가 부도에 이르기도 했다. 아마도 중국 전기차 제작사는 현재 100여 개에서 앞으로 10개 정도로 재편될 정도로 압박을 받으리라 예상한다. 이렇게 무장한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 나오면 강력한 가성비로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재 흐름은 상당히 고민해야 할 항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값 전기차’의 화두는 이제 누구나 고민해야 할 항목으로 등장했다.

현대차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서둘러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과 상용모델에 매진한다. 결국 글로벌 시장은 리튬이온과 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으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리라 예상된다. 그동안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돼 ‘셀투팩’ 기업을 이용한 블레이드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모델이 출시되면서 더욱 점유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CATL에서 10분 충전에 400㎞ 이상 주행 가능한 신형 배터리 장착을 선언했다. 

이러한 ‘반값 전기차’ 구현에서 앞으로 가장 핵심적인 게임체인저 기술로 전기차용 고단 변속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아직은 시작이어서 2단 정도만 상용으로 장착하나 머지않아 6~7단 이상의 전기차 전용 변속기가 개발·탑재되면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5단 이상 고단 변속기를 탑재할 경우 최소 30% 이상 주행거리가 늘고 등판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며, 모터의 열이 높아지지 않는 만큼 냉각장치 자체가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1석10조의 효과가 있는 만큼 크게 주목할 기술이라 확신한다.

‘반값 전기차’ 구현은 이제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누가 먼저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움직이는가가 관건이다. 아직은 미래 주도권이 불확실한 안갯속인 만큼 초격차 기술 확보와 제조단가를 확실히 낮출 신기술 확보로 미래 주도권을 쥐기 바란다. 이제 신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