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밴드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가 온다. 콘서트 예매 날짜는 8월 초였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보러 다녀서 예매쯤이야 자신 있었다. 당일 30분 전부터 알람이 울리게 맞췄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미리 온라인 티켓 사이트에 로그인해 만전을 기했다. 그런데 단 한 좌석도 건지지 못했다. 컴퓨터를 던지긴 곤란하니 침대에 몸을 던져 고함을 질렀다.

예매자 통계를 살펴봤다. 모든 연령을 통틀어 20대가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저들보다 클릭 속도는 굼뜰지라도 그동안 길러 온 성정이 있다. 뒷심. 혹시라도 누군가 취소하지 않을까 틈만 나면 예매 페이지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8월 말, 한 달 만에 드디어 티켓을 건지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오아시스 내한공연을 봤으니 14년 만이다. 지금은 더 이상 열지 않는 어느 록 페스티벌에서였다. 그로부터 꼭 한 달 뒤 주축 멤버였던 노엘과 리암 갤러거 형제가 제대로 싸웠고, 1990년대 영국을 주름잡았던 오아시스는 끝내 해체했다. 역사 너머로 사라지기 직전에 막차를 탄 셈이니 운이 좋았다.

비틀스 폴 매카트니 같은 굵직한 내한공연부터 어느 인디밴드와 함께 갔던 노래방까지, 록 음악이 흐르는 곳은 오랫동안 기자에게 말 그대로 ‘오아시스’였다. 브릿팝·펑크·헤비메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처럼 느껴져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한결같이 오아시스 곁에 머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만의 오아시스가 신기루로 흩어지지 않도록 애써 지켜내는 이들이었다.

어렸을 때 귀가 닳도록 들었던 앨범 중 하나는 미국 밴드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2004)이었다. 그중 수록곡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는 록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테다.

9월에 접어든 기념으로 노래를 켰다. "여름이 지나가 버렸고, 순수함(혹은 순수한 사람)은 결코 오래 머물지 않네요. 9월이 끝나면 나를 깨워 주세요."

본래 이 노래는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는 곡이다. 오랜만에 들으니 예전보다 시들해진 록 인기를 향한 그리움이 겹쳐 보였다. 오아시스를 놔두고 떠난 기자를 탓하는 듯싶었다.

순수함과는 멀어졌을지라도, 그동안 뒷심을 길렀다. 다시 오아시스에 머물러 가야겠다. 오아시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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