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아 그런지, 주말이라 그런지 괜스레 들뜨는 날이었다. 어쩌면 좋아하는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 앞에 도착해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반대편에서 문을 잡아 당겼다. 젊은 부부와 대략 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였다. 그들은 평화로운 브런치 가게에서 죽상이 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엄마, 애기는 안 된대?"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아이가 던진 물음에 반사하듯 돌아본 문에는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no kids zone’이란 문구가 있었다. 분명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꽤나 좋았는데 왠지 가게에 들어가기가 찜찜했다.

기자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즈존 논쟁에 큰 관심이 없었다. 머리 아픈 찬반 논쟁에 끼고 싶지도 않았고, 노키즈존 말고도 관심 가져야 할 문제가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논쟁은 이미 닳고 닳은 이슈였다.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곱씹게 된 계기는 엄마가 추천한 책을 읽고 나서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 엄마 주변을 서성거리다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건네받았다. 이 책 핵심 주제가 노키즈존은 아니다. 작가는 노키즈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세계를 설명한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모두가 겪었고 경험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모두,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어린 시절을 겪었는데 왜 우리는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지낼까. 누구나 서툰 때가 있고 처음이 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른들이 환경이고 세계’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도 날마다 자라면서 어른 중심인 세상에 적응했다. 어른이 중심인 세상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조금 더 안다고, 조금 더 살았다고 그들이 가진 자유를 뺏는 일이 과연 옳을까.

아이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만난 어른들이 그랬듯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 싶다. 작은 실수는 눈 감아주고, 모르면 몇 번이고 알려 주는 그런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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