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저런, 저 가수 뒤에서 춤추는 쟤들은 돈도 제대로 못 벌텐데 언제까지 저런 생활을 하려나? 쯧쯧…."

예전 어들은 당장 돈벌이도 안 되고, 미래도 불투명한 듯싶은 백댄서를 보면 이런 반응을 보였다. 지난날 백댄서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으나 지금은 K뮤직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큰 몫을 차지하는 주요 직업군으로 자리잡았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종일 앉아서 게임만 하고,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살아갈지 그들 앞날이 궁금했다. 그러나 이 직업도 살아남아 세계에서 유명한 페이커(이상혁·리그 오프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탄생했고, 몇몇 프로게이머들은 은퇴한 뒤에도 방송인이나 크리에이터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공한 삶을 산다.

앞 예처럼 공부를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 삼아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성적, 학벌 위주 한국사회를 꼬집은 오래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제목도 아직까지는 현실 벽을 넘지 못하고 이상으로 남았다.

의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옥같은 대입 시험을 잘 치러 의대에 진학해도 단어조차 생소한 영어가 가득한 원서를 날마다 밤을 새며 거의 외다시피 공부만 죽도록 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 기다린다. 이런 고난의 길을 잘 알면서도 의대 쏠림현상이 생기는 까닭은 고소득과 안정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의대를 나와서 돈 잘 벌고 떵떵거리며 살면서 존경을 받는 삶을 꿈꾼다. 의대는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가기조차 힘든 대다수 수험생들은 대학 진학 전부터 패배의식에 젖기 쉽다. 명문 대학을 나와야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못하다면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는 어려워져 다른 탈출구를 모색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노력의 배신」 저자는 공부를 잘하는 요소를 재능(머리)·환경·노력이라고 꼽았다. 재능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노력하면 공부를 잘하고, 남들에 뒤쳐지면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잘못된 시각을 꼬집는다. 모두 똑같이 노력하면 재능 있는 학생이 앞지르게 되고, 가정(경제) 환경이 좋은 학생이 더 다양한 진로 선택을 부여받는다. 사람 머리와 신체가 모두 다른 만큼 재능도 제각각인인데 공부만 인생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공부만을 절대 기준 삼아 대학 순위에 따라 직업과 연봉까지 줄 세우는 교육과 산업구조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한다. 저마다 소질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로 인정하는 사회  말이다. 

<임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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