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츄얼 아이돌.<사진=블래스트(VLAST) 제공>
버츄얼 아이돌.<사진=블래스트(VLAST) 제공>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 답은 사랑에 빠진 순간을 어느 시점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테다. 

설마 하는 불안한 직감으로 띄운 물음표에서 스스로 마음을 인정하고 마는 마침표로 발전하기까지 거리는 제법 멀 테니 말이다.

물음표와 마침표 중 어느 곳에 시작점 깃발을 꽂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판단에 맡긴다. 대신 기자는 누구든 겪을 보편에 집중하고 싶다. 혼란스럽게 고뇌하며 그 사이를 달려가는 시간 자체에 대해서.

영리한 누리꾼들은 그 시간을 ‘입덕부정기’라고 이름 붙였다. 어떤 분야나 존재를 열성으로 좋아하는 행위를 일컫는 ‘덕질’ 입문을 부정하는 시기란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을 겪는 상황이 어디 덕질뿐이겠나. 모든 종류 사랑은 일정 기간 부정을 수반한다. 강한 부정은 방어기제로서 어쩌면 긍정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일지 모른다.

최근 사랑에 빠진 기자 또한 처음엔 스스로 마음을 거세게 부정했다. 입덕부정기는 2주 남짓 이어졌다. 상대를 알게 된 지 6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눈에 반하는 경우에 견주면 늦어 보일지 모르나 첫인상이 비호감이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빠른 편이었다.

"왜요 왜요 왜 왜요 왜요 왜." 이렇듯 첫 만남에 맥락 모를 질문만 던져대니 쉬이 쉬이 호감이 생길 리 없지 않나. 수상한 발화자 정체는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지난 5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왜요 왜요 왜?’ 후렴이다. 우연히 얻어 탄 친구 차에서 처음 소개받은 그들 외모는 비호감을 넘어 충격이었다.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체인 사람으로서 외모와 신변을 꽁꽁 감추고 그래픽 뒤에 숨은 그들은 일명 버추얼 아이돌이었다.

반전은 4주 만에 본 메인 보컬 한노아 군 ‘베텔기우스’ 커버 영상이 시초였다. 시원한 가창력과 노래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돋보였다. 검색해 보니 이들은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했다.

뛰어난 능력치에 호기심이 생겨 그 뒤로 주마다 3회 안팎으로 켜는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음표였으나 막내인 하민 군 특유의 맑은 웃음과 리더 예준 군이 간간이 발현하는 엉뚱한 모습은 치명타를 가했다. 이들은 사람이었고, 매우 아름다웠다.

결국 지난 주말 플레이브 첫 번째 미니앨범을 주문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본체는 궁금하지 않다. 그들 노랫말처럼 시공간을 넘어서 닿은 이곳에 모인 땀방울은 헛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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