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인천서구 여성단체협의회장
김재경 인천서구 여성단체협의회장

우리는 아프면 가까운 동네 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우리 곁에는 우리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예기치 못한 질병·부상에 대해 의료서비스를 받게끔 뒷받침해 주는 건강보험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건강보험 덕분에 신속한 진단으로 치료를 적기에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건강지킴이 노릇을 하도록 성실히 납부하는 보험료를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편취하고 영리 추구에 몰두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이들이 있다. 의료인 또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나 약사 명의를 빌리거나 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약국(일명 ‘사무장 병원’)이 그러하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을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특정 의약품 처방 유도, 과잉 진료, 과밀 병상 운영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은 뒷전인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2018년 159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켜 세상을 놀라게 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건으로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총 1천698개 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취한 부당이득은 3조3천674억 원으로,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이 중 공단 환수율은 6%에 불과해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현행 사무장병원 단속체계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기관을 근절하는 방안으로 공단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무산되고,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상황이다. 공단은 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구축해 사무장병원 등의 수사에 필요한 정보 파악과 활용에도 전문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불법 개설 기관의 특성을 이해하는 의료·수사·법률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보유했다고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평균 11개월 정도 걸리던 수사기간이 3개월 이내로 단축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비용을 합쳐 연간 약 2천억 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사무장병원 퇴출로 인해 의료질서 확립과 국민건강권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와 같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건강지킴이 건강보험을 후세대에게도 온전하게 물려주려면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보험료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고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안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 반드시 통과되기를 건강보험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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