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한 마리산초등학교를 빌려 사용 중인 한국강화문화예술원.
폐교한 마리산초등학교를 빌려 사용 중인 한국강화문화예술원.

인천시 강화군에서 수십 년째 폐교를 빌려 도자기체험학교를 운영한 지역 예술가와 인천시교육청이 재계약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다.

1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00년 10월, 1999년 폐교한 강화군 화도면 덕포리 마리산초등학교를 공개입찰로 도예가 김모(78)원장에게 대부한 뒤 해마다 계약을 연장했다.

김 원장은 폐교에 한국강화문화예술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자기체험학교를 만들고 23년 동안 운영하면서 주민들과 유대를 강화했다. 지역 문화 진흥을 꾀하는 폐교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시교육청이 해당 폐교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며 계약 연장을 하지 않자 김 원장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반발한다.

김 원장은 "강화도 출신으로 지역사회에 헌신하면서 뼈를 묻을 각오로 폐교를 빌려 개인 돈 수십억 원을 들여 가꿨다. 23년 동안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했는데, 지난 7월 별다른 논의도 없이 재계약을 끝낸다는 통보를 (교육청에서) 받았다"며 "당시 교육청 담당자가 현장을 대충 둘러보고선 재계약 불허를 통보했는데, 명목으로는 복합공간 조성이라지만 나를 쫓아내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께 외지인 A씨가 교육감 선거판을 돌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마리산 폐교에 눈독을 들였다. 뜻대로 되지 않자 나를 포함한 관계자를 대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 따위로 괴롭히기 시작했다"며 "이번 일도 그가 연관이 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십 년 동안 가꿔 온 문화공간을 하루아침에 없애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원장은 지난달 21일 지역주민과 학생 900여 명이 서명한 폐교 사용 동의서와 함께 폐교 대부 연장 요청서를 시교육청과 강화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께부터 원장님과 복합문화공간을 논의했는데 좋게 받아들였다. 게다가 지역주민도 좀 더 활용도가 높은 쪽으로 원해 새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올해 용역 결과, 건물 보존 가치도 높아 일부를 개·보수해 당초 예술원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계획 중이지만 최근 대화를 꺼려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강화=김혁호·김동현 기자 kd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