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요즘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그래서인지 피트니스센터와 공원 등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증가합니다. 운동은 우리의 체력을 길러 주고 건강하게 만듭니다. 마을에도 운동과 같은 구실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거점 공간입니다.

거점(據點)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활동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주민들의 활동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지입니다.

이러한 거점 공간은 한 가족이 사는 집과 같습니다. 집에 방, 거실, 주방이 있듯이 도시의 거점 공간에도 운동시설, 문화시설, 판매시설 등을 운영합니다. 거점 공간은 큰 규모로 지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형 건물 못지않게 효용 가치를 높이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은 달라집니다.

현재 인천에는 크고 작은 도시재생사업들이 추진 중입니다. 대부분 쇠퇴하는 원도심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특화사업입니다. 다시 말해 마을의 지속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사업들이 끝나갈 무렵에는 꽃이 핀 후에 열매를 맺듯 거점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주민들이 필요한 커뮤니티시설과 마을관리 협동조합 등이 들어섭니다. 하지만 이 시설들이 활성화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는 ‘플랫폼(platform) 역할’을 해야 합니다. 플랫폼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유통이 이뤄지는 장’으로 넓게 해석합니다.

이 뜻처럼 마을 거점 시설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교육과 문화활동 등이 서로 연계된 시스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 일자리를 마련하고 마을의 정주환경을 개선해 나갑니다.

둘째는 ‘주민이 소통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거점 공간은 주민들의 정보 공유 장소이고 마을의 정체성을 심어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민이 함께 힘을 모을 공간에서 종종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 덩굴이 뒤엉킨 상태를 말합니다. 마을이 더 나은 미래로 변화하려면 주민을 흔드는 갈등 대신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거점 공간이 자생적 기반을 구축하려면 마을 특색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전략입니다. 사람도 타고난 재능이 있듯 지역도 경쟁력이 있는 고유 자원이 있습니다. 역사적 자원, 자연적 자원은 마을 자생력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주민 삶의 질을 높입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사람이든 도시든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이 멈춥니다.

5천 년 전 이집트 미술은 완벽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집트 사람들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 수천 년 동안 매우 같은 형식으로 그렸습니다. 한마디로 변화를 거부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2천 년 뒤에 시작한 그리스는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이집트 미술품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어설펐습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더 나은 예술성을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이 문화와 예술 등 전 분야로 퍼져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술로 발전한 것입니다.

마을의 거점 공간은 주민의 ‘생각의 교류’가 있는 중심축입니다. 이곳에서의 다양한 활동이 주민뿐 아니라 지역 발전을 이끌어 갑니다. 거점 공간이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성장 엔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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