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프레임이란 어떤 것을 둘러싼 틀을 말한다. 어떤 틀로 볼 건가? 프레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셋(Mindset),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모두 프레임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을 비춰 보는 창(窓)으로서의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며,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 노릇도 한다.

요즘 극우와 좌파들의 편 가르기와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민낯의 모습이 떠오른다. 숨어 있는 이중성으로 부인하고 변명·조작해 프레임이 다른 자에게 나치의 그림자인 폭력성까지 여러 모양으로 린치를 가한다.

프레임은 나를 바꾸는 심리의 지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타인의 힘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나의 힘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둔감하다. 타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정작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저 사람은 저래’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지혜와 자기성찰의 완성은 타인에게 미치는 나의 영향을 지시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더 나은 나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을 테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결국 지혜의 출발점은 프레임으로 인한 한계를 인정할 때 생기는 ‘겸손’한 상태라고 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돼도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에라도 다수(多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소수(小數)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중적 존재다.

프레임의 변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얼굴들을 만들어 낸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상대의 맥락을 이해해 주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평범한 시간을 ‘누군가에게는 간절했던 내일’이라고 다시 정의 내리는 것과 같이, 그것이 프레임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인간의 프레임이 얼마나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지’ 다양한 프레임 효과에 대한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은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수상했는데, 그는 프레임 연구의 대가다. 아래와 같이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발생한 매우 이상한 질병치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라고 하면서, 이 질병은 마을 사람 600명 모두 죽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①프로젝트 A는 200명을 살리고, 프로젝트 B는 600명을 구할 확률은 3분의 1이며, 아무도 살리지 못할 확률 3분의 2라고 했다면 실험 응답자의 80%는 프로젝트 A를 선택했다. ②프레임을 바꿔서 프로젝트 A는 400명이 죽는다. 프로젝트 B는 죽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 600명이 죽을 확률이 3분의 2라고 한다면 실험 응답자의 80%는 프로젝트 B를 선택했다. 

사실 여기에서 프로젝트 A에서 200명을 살린다는 것과 400명이 죽는다는 말은 동일하다. 그런데 응답자들은 프로젝트 A를 선택했고, 프로젝트 B는 600명을 구할 확률은 3분의 1, 아무도 살리지 못할 확률 3분의 2, 죽지 않을 확률 3분의 1, 600명이 죽을 확률 3분의 2는 동일한 말이다. 그런데 프로젝트 B를 선택했다. 이는 ‘선택(選擇)의 불일치(不一致)’다. 

선택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는? ①전자(前者)의 프로젝트 A에서 200명을 살린다는 건 ‘획득(獲得)프레임’이고, 동일한 후자(後者)의 프로젝트 A에서 400명이 죽는다는 말은 ‘손실(損失)프레임’이 작동했다. ②전자의 프로젝트 B는 600명을 구할 확률은 3분의 1, 아무도 살리지 못할 확률 3분의 2는 ‘손실프레임’이고, 후자의 프로젝트 B는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 600명이 죽을 확률 3분의 2는 ‘획득프레임’이 작동했다.

‘획득프레임과 손실프레임’에서 획득프레임은 ‘모험회피’로 작아도 확실한 ‘획득(獲得)’을 선호하고, ‘손실프레임’은 ‘손실회피’로 ‘모험(冒險)’을 선택한다. 이처럼 프레임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문제도 어떤 프레임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結論)에 도달한다. 

프레임 연구의 의미로 본 관점은 첫째, 특정 프레임에 닫히면 편협한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 결론을 내리기 전 다른 프레임에서 선택을 점거 당할 수 있다. 둘째, 인간은 획득 상황에서는 모험을 회피하지만, 손실 상황에서는 기꺼이 모험을 선택한다. 셋째, 획득 상황에서 모험을 선택하거나 손실 상황에서 모험을 멈추는 선택도 필요하다. 넷째, 획득 또는 손실 상황에서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의견을 구하면 균형 잡힌 결정을 할 수 있는 심리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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