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환경운동센터 관계자가 지난 20일 광교산 통신대길 군사도로 복구현장 공사 탓에 집수정에 빠져 죽은 양서·파충류를 건져 올린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제공>

‘생태계 보물창고’로 알려진 수원 광교산 일대에 사는 양서·파충류 보금자리가 도로 보수공사 탓에 망가졌다.

21일 기호일보 취재 결과,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팔달구 광교산로 644 일대에 있는 광교산 통신대 군사도로(통신대길)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도로 옆에 ‘배수로’를 설치하고 깊이 70∼80㎝가량 집수정 15개를 만드는 바람에 한국산 개구리와 큰산개구리, 두꺼비, 도롱뇽을 비롯한 각종 양서·파충류 보금자리를 훼손한다.

통신대길은 지난해 8월 폭우 탓에 약 1㎞ 구간이 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도로 옆에 물 빠지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도로 보수공사 관계자 의견에 따라 길이 1.2㎞ 수로를 7월 설치했다.

한데 지난 20일 집수정 안에 개구리·두꺼비를 비롯해 양서·파충류 30여 마리와 두더지까지 빠져 죽은 채 발견됐다.

양서·파충류 사체는 광교산 자연생태계를 조사하려고 찾은 수원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처음 알아챘다.

집수정 안에 죽은 양서·파충류 30여 마리 말고도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개구리들을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준비한 뜰채로 건져 밖으로 빼냈다. 이들이 이날 구출한 양서·파충류만도 60여 마리다.

환경단체는 앞으로 더 많은 양서·파충류들이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집수정에 빠진 양서·파충류가 빠져나오도록 두꺼운 나뭇가지를 임시 설치한 상태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양서·파충류가 집수정에서 빠져나올 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다가오는 산란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곳은 군 관할 도로로, 주한미군이 직접 관리하기에 시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환경단체가 요구한 내용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 사업주체인 주한미군 측에도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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