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인천 해안선은 99% 이상이 인공해안선이다. 인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강화와 옹진을 제외하면 45.6%가 매립지다. 들쭉날쭉했던 자연해안이 반듯반듯 콘크리트 제방으로 바뀌었다. 제방 앞이나 위에는 철책이 섰고, 뒤로는 크고 작은 도로가 생겼다.

김포에서부터 남으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수도권매립지 옆 왕복 4차로 약암로는 주차 공간은 고사하고 횡단보도도 거의 없다. 그렇게 해사부두, 경인항, 발전소, 북항까지 이어진다. 더 남으로는 해안 제방과 발전소, 항만시설, 공장들 사이로 작은 관리도로가 있다.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만한 도로가 아니다.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볼 작은 틈조차 찾기 어렵다.

북성포구 주변으로 해안산책로가 만들어졌지만 아직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완전한 내항 개방은 기약이 없고, 남항 또한 유어선부두를 제외하면 마찬가지다. 그나마 월미도에서 잠깐 바다를 볼 뿐이다. 골든하버 신국제여객터미널쯤 와야 비로소 해안을 걷는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속도로가 놓일 예정이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남쪽 해안을 따라 송산유수지 주변을 제외하고는 도로가 바다로, 갯벌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았다.

세계적인 갯벌이 지척에 있음에도 정작 인천시민들은 접하기 어렵다. 서울사람들처럼 차를 타거나 위험을 감수하거나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 해안이 매립되면서 갯벌은 사라지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수로만 남았다. 해안으로 인천대교 주변과 배곧신도시를 마주 보는 지역 일부에만 갯벌이 남았을 뿐이다.

얼마 전 인천시습지보전위원회는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을 통과하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공을 중앙정부에 넘겼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경우 행위 제한을 푼다는 것이다. 환경부나 해양수산부가 노!하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

2009년 인천시는 우리나라 지자체 최초로 ‘자투리’ 송도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송도 11공구 갯벌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남는 갯벌은 제대로 보호하라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따른 것이었다. 수도권제2순환선은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인천 구간만 빼고 착공했다며 국토부는 사업의 시급성을 이야기한다.

2021년 인천시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8차례 논의했다. 노선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로의 필요성, 해상에서 인천대교와의 연결에 공감했다. 그래서 4가지 내용에 일단 합의했다.

2009년 4월 22일 매립으로 회색 도시의 확장일로를 걷던 송도가 전환점을 맞이한다. 지구의 날이기도 했던 그날 남동유수지에서 전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번식이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계획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당초 계획노선은 육지였다. 아파트가 해안까지 빼곡하게 들어서면서 결국 해상으로 밀려났다. 송도 갯벌 매립으로 이리저리 쫓기는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아직이다. 얼마 전 인천경제청이 신국제연안여객터미널 배후 부지의 매입 의사를 밝혔다. 배후 부지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였다. 미분양의 나대지다.

인천이 주도적으로 사람과 이웃 생명 그리고 도로가 함께하는 방안을 마련할 기회가 남아 있다. 공감했던 실질적인 평균 간조선 밖으로 노선이 아직은 가능하다. ‘바다를 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는 카페 같은 공원’, 송도랜드마크시티1호 수변공원의 안내판처럼 되기를 희망한다. 

밀물과 썰물, 하루 두 번 다른 경관을 만들어 내는 갯벌. 멸종위기 이웃 생명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할 생태보고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갯벌을 귀하게 여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국제도시 송도를 기대한다. 자동차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보다 차 한잔의 여유로 이웃 생명들과 하나뿐인 지구를 이야기하는 시민이 진정한 세계시민이며 아름다운 지구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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