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화나는 일을 꼽으라면 초등학교 저학년이 처한 교육 현실이다.

발단은 이렇다. 수학시간에 워낙 단순한 문제여서 풀이식을 안 썼더니 ‘0점’을 맞았다고 한다. 정답을 썼는데도 ‘0점’을 받은 부당함에 아이는 속상했지만 교사에게 맞서기엔 너무 어렸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가 토로할 곳은 부모뿐인데, 이마저도 받아주지 않고 학교 편을 든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대체 우리 아이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언제까지 강요받아야 할까?

교육은 마땅히 아이들 미래를 응원함이 먼저다. 누군가가 원하는 절차나 시스템은 중요하지 않다. ‘다름’을 틀림으로 치부해 점수를 부여하는 대한민국 교육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교사의 잘못이 아니다. ‘시스템 교육’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는 인간 군상들의 문제다. 아이들을 등수를 매겨 줄 세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학교는, 우리 어른들은 서로의 아이를 비교하며 만족한다. 그렇게 잘난 분들이 ‘그 따위’로 행동한다.

기자가 어렸을 때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풀이식이 맞든 말든 정답만 맞히면 됐다. 오죽하면 고교시절 모든 수학 답을 1로 ‘찍은’ 친구가 상위에 올랐을 정도로 몰지각한 교육이었다.

다만, 교사 개인 문제일 뿐이다. 어딜 가나 이상한 인간들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니까 넘어갈 만한 문제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가 시스템으로 발생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이들 미래에 좋을 리 없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재앙으로 돌아온다. 마땅히 인성교육이 먼저지만, 이를 무시했던 과거 교육이 오늘날 무너지는 교권으로 돌아오지 않았겠는가.

꿈 많던 어린 시절이 아련한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은 데는 어른 책임이 크다. "당연히 어렸을 땐 뛰어놀아야지"라고 말하던 사람도 부모가 되면 ‘공부’만 강요한다. 오죽하면 초등생이 오후 10시에 귀가할까. 

능력만 되면 어떻게든 잘 가르치고 싶은 부모 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가 진심으로 힘들다고 하면 즉시 멈춤이 마땅하다. 아이가 약해서가 아니라 교육이 아이에게 가혹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어른들의 ‘욕심’보다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하는 대한민국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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