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우리 마을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아니라 제발 우리 마을로 와 달라는 핌비(pimby) 현상을 보이는 곳이 있었다. 과거 경북 경주시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면서 3천억 원을 지원받았고, 10년 전 경기도 8개 지자체가 공동 이용할 장사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유치 마을에 300억 원의 보상과 마을 숙원사업을 실시하는 데 100억 원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논의해 사용할 발전기금 50억 원을 조성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자 6개 마을에서 종합장사시설 (화장장)유치 경쟁을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1992년 국민적 관심으로 부상했던 수도권 쓰레기매립장과 관련해 당국과 주민 간 분쟁이 남긴 여운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인천 서구지역 주민들은 서구 주민이기에 앞서 인천시민임을 지난 30년간 강요받아야 했고, 근본적으로 국가의 국민임을 내세워 국가 시책인 수도권 지역 쓰레기를 힘의 논리에 밀려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약속한 2016년 매립지 종료가 지켜지리란 기대감 때문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준비 탓에 매립 종료 기일을 앞두고 대체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쓰레기 대란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2015년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매립지 3-1공구에 계속 매립하도록 매립기간 연장에 합의해 결국 2025년까지 고통을 이겨 내야 한다.

세계 최대 쓰레기매립장이 인천시 서구에 있음을 수도권에 사는 국민들이라면 모르지 않을 테다. 30년 동안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60만 서구 주민들 몫이었다. 그렇지만 영향권을 제외한 서구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보상을 받지도 않았고 보상을 요구한 적도 없다. 더구나 4자 협의회에서 약속한 환경부 소유 수도권매립지 토지소유권 인천시 이전과 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등 어느 것 하나도 4자 협의가 끝난 지 8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하면 10년 이상 매립지를 연장 사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60만 서구지역 주민들로서는 매립지 종료를 강제할 힘이 없다고 본다. 방법을 찾는다면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쓰레기 반입 차량을 목숨 걸고 도로에 누워 막는 떼법 말고는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에서 결정한 사항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소각시설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소각장 건립이 난항을 겪는다는 소식이다. 2026년까지는 앞으로 3년 남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소각장 입지 선정조차 하지 못했다. 생활폐기물 소각장뿐만 아니라 대체매립지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도로나 철도 못지않게 필수 시설임을 알지만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는 한 장소 선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으리라 본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핌비 현상이 일어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결국 소각장도 있어야 하고 소각재 묻을 부지도 있어야 한다. 이를 마련하려면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매립지 문제로 공방만 벌이는데, 이제는 그 많은 돈을 요건이 갖춰진 지역에서 몽땅 가져오는 조건으로 주민들과 정부를 상대로 협상에 나서 줬으면 한다. 물론 돈으로 그동안 고통받고 산 주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차피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소각장 신설 부지도 확보할 수 없어 또다시 2016년처럼 매립지가 연장되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면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말로만 종료를 외친다고 종료될 상황이 아님을 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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