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1974년 ‘아레시보 망원경’은 지구 최초로 우주 외계문명을 향해 전파를 송출했다. 태양계와 인간의 형체, 수리(數理) 등의 정보를 담은 ‘아레시보 전파 메시지’를 우주로 발신하는 데 이 전파망원경을 사용했다. 외계인에게 보내는 지구인의 메시지였다.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인근 석회암 채취장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으로 무게 900t, 접시 안테나 직경 305m 규모의 대형 망원경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협약을 맺은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이 이 시설을 관리 중이며, 이 전파망원경을 통해 중력파나 태양계 밖 행성을 관찰,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식별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영화 ‘컨택트’는 인간의 가치와 소통의 중요성, 시간의 개념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메시지’, ‘시그널’이 갖는 중요성을 체계 있게 보여 준다.

12개 우주선이 지구 여러 국가로 날아오면서 해당 국가들은 외계우주선과 접촉하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방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협력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렇지만 중국 등 몇몇 나라들은 정보를 감추고 누락시키며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그만큼 오지 않고 오히려 제공한 만큼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국가 간 갈등과 불만이 팽배해지며 의도와 취지의 왜곡, 불신이 확대된다. 그래도 주인공 ‘루이스’는 외계우주선이 지구에 온 목적을 알아내려면 서로 간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A가 무엇인가를 제공해서 B가 그 정보를 알게 되고 A 역시 B에게 얻은 정보로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 ‘논 제로섬 게임(non zerosome game)’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물론 이 개념은 둘 다 모두 마이너스가 되는 실(失)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가 플러스인 득(得)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면 현대사회 소통의 기본으로 간주하고 가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 호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반대로 외계에서 보낸 메시지가 전체 13차례 접수 전파 중 동일한 곳에서 6차례 반복된 메시지가 있었다고 한다. 캐나다 천문학 연구팀 전파망원경 차임(CHIME)을 통해 접수된 내용이다. 메시지 또는 시그널이 주는 힘, 그 힘에 수반되는 주변과의 소통, 자기효능감, 자존감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세밀하고 강력한 자기 의사표현 수단이다. 

며칠 전 필자는 ‘2023년 미스 그린 코리아, 미스 그린 인터내셔널’ 대회 본선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 대회가 기대되는 점은 참가자들이 던지는 ‘시그널’,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에 대한 고찰이다. 미와 지성을 겸비한 대학생 출신으로 세계대회에 출전해 국위 선양은 물론 글로벌 이슈에 대한 추진협력대사 구실을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사회적 책임성과 공공성을 미래 자산으로 전제해 선발제도를 통한 본인의 퍼스널 브랜드 파워(PBP)를 만들어 가는 셈이다. 선발을 주관하는 대회본부 관계자는 ‘절차에 대한 공정’과 ‘취지의 순수’를 반복하고, 참가자들은 ‘선한 영향력’으로 국가·사회적 이슈에 대해 해결사로 나서고 싶다는 열망을 토로했다.

‘보다 나은 세상’, ‘겸손’, ‘봉사’ 같은 워딩, 레토릭으로 본인의 생각을 메시지로 전하고 그 메시지는 본인의 꿈과 역량을 시그널로 만들어 주변 모두에게 기본적 삶의 좌표를 인식시켜 준다. 그야말로 청년의 건강한 정신과 몸을 자산화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필자가 얼마 전 펴낸 「중소기업CEO ESG 자기주도 경영전략」이란 책 제목은 바로 이러한 간결하고 분명한 시그널로 그 어떤 ‘가치’를 만들어 간다.

ESG와 미인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맥을 같이한다. ESG가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의 가치 창출이라면 미인대회 역시 건강하고 젊은 몸과 마음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선 리더가 되겠다는 표시인 것이다. 보내 주는 시그널, 메시지만으로도 주변은 충분히 감지한다. 억지로 설명하고 소개하며 드러내도 보이지 않게 전달되는 메시지, 시그널, 이미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ESG 시대는 더욱 그렇다. 

기업을 경영하든 기관을 운영하든 목표는 과정 속에 녹아야 하며, 그 과정 속에 내용이 채워지면 의미나 가치로 인정받는다.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선의로 확대재생산해 낼 수 있는 영향력 증대 ▶투명하고 정도를 걷는 경영, 이 세 가지 ESG 기본과제는 미인대회 참석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보다 나은 내일’은 기성세대의 목표가 아니다. 성공의 규칙을 만들었지만 반칙으로 창조되는 ‘더 나은 성공’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여기서 말하는 반칙이란 주고받음 없는 논 제로섬 게임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작은 과제라도 진정으로 마음에 담고 현실적으로 실천해 나갈 그런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 ESG 경영은 주변에 던지는 질서정연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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