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한 잡지사에서 18세 이상 남녀에게 물었다. 현재 활동하는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인데, 1위는 없다·모른다·무응답이었다. 2021년에는 37.3%였던 수치가 올해 조사에서는 46.6%까지 올라갔다. 절반 가까운 사람들의 신뢰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말이다. 정쟁만 거듭하고 이슈만 만들어 대는 정치계에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18세 이상 성인들에게 정치가 이만큼 관심을 잃어버렸다. 민생이 아니라 정쟁이 우선되는 정치계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버린 건 아닌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물가에 얼어붙는 경제를 체감하면서 당장 일거리에 전전긍긍하는 국민과 달리 정치계 행보는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인 양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올라가는 교통비에도, 후쿠시마 오염수에도, 뚝뚝 떨어지는 무역수지에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국민 앞에 서서 먼저 이해득실을 따져 묻고 국민들에게 더 혜택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국민들의 어려움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려는 열의를 본 적이 언제인가. 뭔 이슈거리만 있다 하면 주도권을 잡으려고 으르렁대고 이탓저탓으로 시간만 버리니 신뢰는커녕 아예 관심을 꺼 버렸다는 말이 맞을 테다. 여야 협치가 여야 대립으로 번지고, 여야 대표 회동이 그렇게 어려운지 만남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토론하고 상정된 안건의 검토를 진행해야 하는데 매번 참석을 하네, 못하네, 씨름하고 국회를 열어 보지도 못하고 장외 투쟁으로 시간만 보내기 일쑤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일을 제대로 할까.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들의 활약을 보기도 전에 총선이 다가오니 무슨 말로도 이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293명의 종합의정활동 성적은 평균 64.52점이다. 지난해보다 3.94점이 떨어진 점수다. 점수로만 보면 재선 의원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3~4선 의원들은 당대표니 원내대표 따위 직무 수행으로 의정활동이 떨어졌다. 

종합의정활동 점수를 90점 이상 받은 국회의원은 12명뿐이고, 60점 미만 점수를 받은 국회의원이 114명으로 39.9%의 국회의원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나타났다. 하위 점수를 받은 국회의원 중 50점 미만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해 21대 국회의원 활동이 총체적으로 저조한 모습이다. 지난 3년 동안 2만9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수정 가결된 건 4.76%뿐으로, 역대 최대 법안 발의가 무색하게 그대로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 본연 직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산적한 법안은 그대로 있고 자신들의 존재 과시만 연연하는 모습에 다음 총선을 말하는 그들의 행위가 더욱 국민들에게 먼 이야기가 되고 있음을 알까. 윤리특위 심사징계 처리 0건으로 스스로에 대한 살핌과 처벌에도 무력했다. 국민 대표로 본을 보이고 자신들에 대한 책임과 역할에 엄중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보이면 되는 행태로 국민들의 눈길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신뢰의 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슈는 이슈일 뿐 국민들은 겉모습에 흔들리지 않는다.

혼란을 거듭한 파행에 다시 내년 총선을 위해 몸을 굴리는 여야를 보며 기대라는 단어를 떠올릴지 자문한다. 온갖 전략을 동원해 선거를 치러 내겠지만 국민 절반이 고개를 돌린 판을 다시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문제를 바로 봐야 하는데, 그 문제가 공약을 내세울 때만 보이니 아무리 새로운 인물이 선출돼도 꼭 같은 결과물이 된다. 

임기가 있으니 내년이면 다시 새로운 의원들이 충원될 것이다. 재선 의원들의 활약이 활발하다니 다음 선거 때는 종합의정활동 성적 등을 참고해 점수가 높은 사람들을 밀어 줘야 하겠다. 활동도 없이 자리만 지키는 의원들을 솎아내고 새로운 인재가 활동하도록 판을 바꿔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민들은 정치에 고개를 돌릴 게 아니라 바로 봐야 한다. 실망이 클수록 상세히 살펴보고 일을 더 잘하는 사람들을 알아내야 한다. 그들이 활발한 활약을 시작하는 것이 경기를 살리는 첫걸음이 되고 자긍심을 갖는 국회를 만들어 내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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