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동의어를 ‘개처럼 살아라’라고 한다면 억지스러울까. 개는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 존재하는 이 순간만 집중한다. 무엇을 하든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니 ‘카르페 디엠’의 고수다. 

개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지 않는다. 인간처럼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듯해 밥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통화하면서 SNS를 확인하고, 티브이를 보면서 휴대전화로 숏폼을 보는 등 한가지 일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산만함이 멀티태스킹이란 용어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산만’의 영어 단어 ‘distraction’의 사전적 의미는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다. 산만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면 집중력의 힘을 되찾을까.

미국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원인이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선택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한 하리의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선 집중력 위기를 현대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낸 유행병이라 개인을 탓하는 걸 넘어 사회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선 세 가지 유형의 집중력을 소개한다. 그 중 첫 번째는 스포트라이트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릴 거야" 같은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를 내리러 갔다가 화초에 물을 준다든지, 책을 읽다가 휴대전화를 수시로 본다면 스포트라이트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스타라이트, 별빛이다. 장기적인 목표, 즉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집중력이다. 이 집중력의 이름이 스타라이트인 이유는 길을 잃은 듯싶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라이트를 놓치면 장기 목표를 잃게 돼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잊기 시작한다. 

세 번째 유형은 데이라이트, 즉 햇빛이다. 데이라이트의 상실은 가장 심각한 형태의 산만함이며 자신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이 상태에선 더 이상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 우리는 하찮은 목표에 집착하거나, 리트윗 같은 바깥세상의 아주 단순한 신호에만 의존하게 된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는 자신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첫째, 인터넷 차단 시간을 매일 늘려 간다. 타이머가 작동되는 대형 플라스틱 금고에 휴대전화를 넣어 인터넷에서 자발적 격리를 택한다. 둘째, 자신을 게으르고 부족하다 자책하는 대신 지금 무엇을 해야 몰입 상태에 빠져들지, 지금 할 만한 의미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받는다. 

셋째, 소셜미디어의 집중력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약속을 시행한다. 금단 증상이 가장 심한 도전이라 저자도 SNS를 특정 기간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다. 넷째, 집중력 향상을 위해 딴생각을 하거나 몽상에 잠기는 연습을 한다. 다섯째,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수면 시간과 휴식 시간을 늘린다. 저자는 침대에 눕기 전 두 시간 동안은 전자기기 화면을 보지 않고, 향초를 피워 그날의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명상 훈련을 실천한다.

저자는 무엇을 집중할지, 무엇을 무시할지 선택하는 개인의 능력이 집중력이라며 독서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해결책은 긴 글을 읽어 내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독서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서문화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우리나라 사람 50%는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우리의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서점에 가는 작은 실천이 필요한 통계 수치다. 천고마비 계절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어떻게 찾아올지 고민하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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