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파란 깃발, 빨간 깃발이 줄지어 꽂혔다. 조금 멀리 크레인들이 보인다. 바다에도 무언가 서 있다. 청라로봇타워 바로 옆이다. 제3연륙교 공사현장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건너편 영종도 쪽으로는 가교(假橋)가 촘촘하다. 청라 쪽에는 교각(橋脚)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미 섰다. 바지선에서는 포클레인이 연신 움직인다.

"또 맹꽁이야! 그놈의 맹꽁이, 정말 멸종위기종 맞아?" 정겹게 부르던 맹꽁이를 언제부턴가 원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맹꽁이는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환경부가 지정·보호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공사현장에서 맹꽁이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청에 신고한 후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 곳곳이 공사장인 대한민국에서는 여기저기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논란이다. 공사 관계자, 심지어 공무원과 기자들까지도 맹꽁이가 걸핏하면 공사를 막는다고 볼멘소리다. 

제3연륙교 공사현장은 몇 년 전 맹꽁이를 이주시킨 곳이다. 수천억 원짜리 공사를 맹꽁이 몇 마리가 중단시켰다는 보도까지 있다. 공사를 빨리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서 보면 법에 따라 조치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어 그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격세지감이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조금씩 맹꽁이와 금개구리,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등 우리 주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존재가 알려진다.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인 법에 따라 야생생물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또 법에 따라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전 자연환경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공사현장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사업 전 조사했을 때는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를 취하거나 발견 사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업자들도 있다. 그런데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두 차례 조사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연환경 조사는 사계절을 고려해야 하는데 형식적인 절차, 최소한 요건만 갖추고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봄·여름·가을·겨울 관찰되는 생물종이 다르다. 새들도 텃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나그네가 있다. 활동 반경이 크지 않은 양서류의 경우에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기가 제한적이다. 평소 땅속에서 생활하는 맹꽁이는 여름 장마철이 아니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갯벌 조사도 물때를 맞춰야 한다. 해서 전문가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은 자연환경 조사는 사계절 조사가 기본이라고 이야기한다.

계속 논란이 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의한 공사 중단 문제를 좀 더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업 전 현장에 대해, 자연환경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조사와 야생생물 관점에서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곳은 야생생물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생물종마다 서식환경이 알려졌고 최소한의 데이터도 있다. 인천의 경우 계양과 서구, 강화 등 논 주변으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금개구리가 서식한다. 갯벌 상부에는 흰발농게나 달랑게가 서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제자유구역개발사업, 서창지구택지개발사업, 계양3신도시, 제3연륙교 공사, 드림로 확장공사까지.  

현 시대는 기후위기 시대이며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다. 학자들은 6번째 대멸종인 지금의 인류세 대멸종은 그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고 지적한다. 서식지 파괴, 남획, 외래종 침입,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 야생생물 멸종위기는 대부분 인류 때문이다. 생물의 다양성은 지구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고 인류의 식량 위기로,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 과소비, 약탈적인 문명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대로 조사하고, 제대로 조치하고 그리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불도저식 막개발이 아닌 공존을 위한 품격 있는 개발을.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되면 반가워하는, 나아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는 야생생물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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