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6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압수수색하고, 10일 통계청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대한 후속 조치다. 지난달 감사원은 문재인 정권이 주택·소득·고용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책실장, 경제수석비서관,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통계를 미리 보고 받고, 관계자를 협박하며, 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릇된 충성심으로 일부 직원이 개입했다 해도 기가 찰 일인데, 정권 차원에서 통계 분식을 진행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무능과 과오를 숨기고 면피하는 것을 넘어 권력 유지와 획득을 위해 통계를 조작한 건 결코 좌시해선 안 될 국기 문란 행위다. 통계는 정책 추진의 명분과 근거를 제시하는 기준점이다. 통계가 정책과 분리·관리돼야 하는 이유다. 통계 자료가 신뢰성을 잃으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이는 다시 정책 왜곡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통계 조작은 최악의 국기 문란이자 국정 농단이다. 

통계가 정책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로 평가되다 보니 조작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순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 일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독재 정권이 국민을 직접적·강제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물리력을 쓴다면, 민주 정권에서 그에 상응하는 간접적·유인적 효과를 갖는 게 통계 분식이다. 정권 성과를 부풀리고 포장해야 국민의 눈과 귀를 왜곡시켜 권력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자유민주주의 제도도 수호한다.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견제·감시 장치와 강력한 엄벌주의 원칙’이 정착돼야 한다. 우선 정책 근거로 활용하는 통계치를 내놓는 기관이나 업체들에 대해선 민관 여부와 상관없이 강력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견제와 예산집행의 투명성, 내부 고발자 보호, 언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일벌백계를 통한 재발 방지 노력도 중요하다. 통계 조작은 여야 공히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필히 엄벌주의를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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