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중등교육 현장에서 40년을 봉직한 사람이자 두 자녀를 교육시켜 출가시키고 손주 둘을 양육하는 전직 교육자로서 과거나 지금이나 늘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다. 최근 정년퇴직과 함께 조금은 현장에서 떨어져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처지에서 많아지는 생각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격대교육과 내리사랑으로 승화된다는 사실이다. 할아버지가 돼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랑은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평가다.

우리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과거 대학입시에는 한 해 80만 명 정도의 지원자가 지금은 1년에 24만여 명의 출생자로 크게 감소했다. 2022년 초저출산율 0.78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요즘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한 자녀조차 갖지 않는 경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필자 주변 젊은이들 중에는 1명으로 만족하고 가족계획을 접은 경우도 눈에 띈다. 그럴수록 그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 사랑이 원치 않는 교육적·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한다.

우리 교육 변화를 두 가지 측면으로 압축해 본다. 하나는 어디를 가도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심지어 아이들의 울음소리조차도 자장가처럼 들리는 경우다.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보살핌이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낳기만 하면 스스로 잘 큰다"는 의식은 이제 교육적으로 이질적 행위에 가깝다.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 양육 방식은 날로 진화한다. 그만큼 교육적 사고와 양육 태도는 과거 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고양시켰다. 

오늘의 젊은 부모 세대는 각종 스펙을 쌓아 건국 이래 지금처럼 다방면에서 유능한 경우도 없다 할 정도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심각하다. 자녀에 대한 과잉 보호는 인성적 측면과 교육 가치 측면에서 왜곡 현상을 심화시킨다. 이는 지나친 이기주의적 성향과 사교육을 맹신하는 사회문제를 낳은 지 오래다. 교육 수준은 갈수록 높아져도 역으로 청소년의 인성과 행복지수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단적으로 대한민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이상한 성공’이라 할 정도로 행복하지 못하다. 출세와 성공 지향의 교육 가치가 압도적이고 시험능력주의가 지배하는 학벌체제와 노동시장, 고용구조의 이원화, 고용절벽이 이 나라 젊은이들을 마냥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은 이제 전환점을 맞았다. 우리 초등교육은 국제 평가에서 상당한 위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이생망’을 외치는 청소년은 불행의 극치이고, 학교 밖 청소년은 매년 5만 명을 상회해 배출하며,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지나친 경쟁 일변도의 교육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우리 경쟁 교육은 한마디로 원치 않는 ‘나쁜 교육’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묵묵히 교육자 길을 걷는 다수의 좋은 교사들이 이 나라 교육을 지탱한다. 일찍이 교육입국을 선도한 ‘국가의 건설자(Nation Builder)’들이다. 그런데 그런 교사마저 요즘은 심각하게 흔들려 매년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떠나는 좋은 교사들이 늘어난다. 한때 관리자로서 명퇴 희망자들의 면면을 분석할 때 ‘일당백’이라 할 만큼 인성과 역량이 좋은 교사들이었다. 이제 묵묵히 사도를 실천하며 좋은 교육을 실행해 온 그들이 사라진다. 국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그들의 퇴직을 반가워할 게 아니라 이 땅의 좋은 교육 원천이 사라짐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제 우리 교육은 ‘오래된 장(醬)에서 훨씬 좋은 맛이 우러남’을 재인식하고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존중하며 내리사랑의 다정함을 유지해 어떻게 교육에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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