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원 힙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동네는 행궁동이다. 특색 있는 인테리어와 메뉴를 갖춘 음식점, 카페가 많아 멋과 경험을 향유하는 젊은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단정한 동네 분위기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잇따르는 수원 대표 명소다.

하지만 과거 행궁동 모습은 달랐다. 오래된 건물과 부족한 인프라로 사람들한테 외면당했다. 점집이 즐비하던 거리에서 맛집과 문화가 넘치는 거리로 반전은 10년 전 특별한 행사에서 비롯했다. 한 달 동안 자동차 통행을 없애고 자전거와 보행 중심 생태교통을 마을에서 실험했던 시도, 바로 ‘생태교통수원 2013’이다.

시는 올해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 10주년을 기념하고, 생태교통과 도시 발전 방향을 다시 정비하려고 다양한 행사와 포럼을 준비했다. 생태교통을 넘어 지속가능한 도시 미래를 그리는 기회를 만들고자 아시아·태평양 도시포럼까지 연결한다.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 때 자동차가 사라진 거리를 즐기는 시민들.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 때 자동차가 사라진 거리를 즐기는 시민들.

# 걷GO, 타GO, 즐기GO!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

10년 전 팔달구 행궁동을 되살린 생태교통 축제를 이번 주말 재현한다. ‘생태교통수원 2013’ 10주년을 맞아 시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다. 21~22일 행궁동에서 주민을 중심으로 한 시민 참여형 행사를 하고, 23일에는 생태교통 활성 포럼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연다.

10주년 행사 백미는 생태교통 퍼레이드다. 21일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장안문~행궁광장 구간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자동차가 사라진 거리를 사람과 생태교통 수단이 채운다.

행사 시작은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장식한다. 대형 드론을 선두에 둔 행렬이 오후 2시 장안문을 출발해 1시간 30분간 볼거리를 만든다. 타악 공연과 익스트림 바이크 같은 자전거 퍼포먼스 팀이 선두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색 자전거가 뒤를 따른다.

자동차형·인력거형·기차형 들 대체로 익숙한 외형의 자전거는 물론 나란히 자전거, 러닝머신 바이크, 택배 세발 자전거, 3인 가족용 자전거와 같은 다채로운 자전거를 본다.

이어 시민 수백 명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펼침막을 두르고 생태교통 중요성을 알리는 데 동참한다. 행렬 마지막은 아트바이크와 자전거동호회가 담당한다. 깃발과 LED로 장식한 아트바이크와 생태교통 수원을 홍보하는 자전거동호회 회원이 차 없는 거리를 누빈다.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는 시민이 주도하는 행사로 생태교통 의미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민단체 12곳이 주도해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 부스가 차가 사라진 행궁동 거점마다 자리를 잡는다. 어린이들이 만들고 싶은 마을을 표현하는 길거리 놀이터, 길거리 탁구대회 들 골목길 체육대회, 풍선·낭독·태권도 들 거리 공연, 길 위에서 펼치는 주민 요리 경연대회 들 즐거움이 가득하다.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를 앞두고 수원화성사업소 벽면에 BTS 뷔 벽화가 그려져 후원 단체와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를 앞두고 수원화성사업소 벽면에 BTS 뷔 벽화가 그려져 후원 단체와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환경과 생태교통을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친환경 흙가락으로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리는 아스팔트 도화지,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며 환경을 생각하는 길바닥 퍼포먼스,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골목길 강연회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2013년 생태교통 대상 구역에 포함하지 않았던 반대편 공방거리도 이번에는 스스로 행사에 참여한다. 인근 상인들이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동참하며 사진전, 요가, 버스킹도 한다. 또 행궁광장에는 시가 운영하는 21개 부스를 마련해 이틀간 풍성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주말 동안 행궁동에서 차 없는 거리를 재현한 뒤 월요일(23일)에는 생태교통문화 확산을 위한 2023 생태교통수원 포럼을 연다. 오후 3시부터 수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교통 미래 발전 방안’을 주제로 국내외 생태교통 전문가와 시민 들 120여 명이 참여한다. 

포럼에는 10년 전 생태교통 행사를 앞장서 이끈 주요 인물이 연사로 나선다. 콘라드 오토 짐머만 전 이클레이 사무총장이 ‘글로벌 생태교통 정책 흐름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다. 특별연설은 이재준 수원시장이 맡았다. 당시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서 행사 기획을 주도했던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행궁동 변화 행리단길과 생태교통 도시 수원’을 주제로 연설하고, 시민 참여 토론이 진행되는 두 번째 세션 좌장을 맡아 시민 공감대 형성에 앞장선다.

# 지속가능한 도시, 제8회 아시아·태평양 도시포럼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정립할 ‘제8회 아시아태평양도시포럼(APUF-8)’이 23일 수원에서 열린다. 아태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이행에 속도를 내려고 4년마다 여는 국제 포럼으로, 대한민국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시가 주최하고 UNESCAP(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가 주관하는 포럼에는 26일까지 4일간 국내외 관계자 3천500여 명이 참석한다. 발표자만 60여 개국 200여 명에 이른다. 더욱이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모색하려고 진행한 ‘생태교통수원 2013’ 10주년 의미를 더해 생태교통수원 뉴페스타와 연계해 개최한다.

포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향한 팬데믹 이후 방향 재정립을 전체 의제로 삼아 4개 소주제로 나눈다. 소주제는 ▶도시와 지역계획 ▶도시 기후행동과 회복력 ▶포용하는 도시의 디지털 ▶도시금융이다.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 장관급,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총회 고위급 패널과 병행 세션을 비롯해 모두 55회 회의를 동시다발로 열어 아태지역 도시의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세션은 23일 오전 11시와 24일 오전 9시에 여는 고위급 패널이다. 첫 번째 주제인 도시와 지역계획은 피지·네팔·말레이시아·일본 고위 관계자와 UN 사무총장 도로안전 특별대사 들이 패널토론을 벌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방향을 찾는다. 두 번째 주제 ‘도시 기후 행동과 회복력’은 C40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지사장을 좌장으로 통가·방글라데시·필리핀·대한민국 외교부 고위급 관계자가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역량과 변화를 논한다.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 때 자동차가 사라진 거리를 즐기는 시민들.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 때 자동차가 사라진 거리를 즐기는 시민들.

수원시 역시 선도하는 지방정부로서 면모를 보여 주려고 여러 세션에 참여한다. 수원도시공사가 ‘팬데믹 이후 전환시대의 도시 개발 방향과 전략’을, 도시디자인단이 ‘저성장시대 민간 협력형 지역 특화 전력과 전문가 구실’을, 수원도시재단이 ‘도시재생에서 도시관리로 확장’을, 평생교육과가 ‘도시 기후행동, 기술 구축과 문제 해결에 대한 지역사회 참여’를, 수원시정연구원이 ‘녹색금융과 시민 참여’를 키워드로 각 병행 세션에서 수원시 성과와 계획을 설명한다.

참가국 대표단은 25일 오후 포럼 결과로 도출한 각국별 지속가능 발전 실천 방안과 계획을 발표문 형식으로 스스로 약속하고 선언하는 형태로 폐회식에 참여한다.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 들을 현장 방문해 수원의 아름다운 경관도 감상한다.

시는 아태도시포럼 개최로 수원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입지와 위상도 제고한다고 기대했다. 또 시 마이스산업 발전과 활성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 함양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생태교통수원 2013 10주년을 맞아 여는 뉴페스타는 행궁동 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주도하고 적극 참여해 생태교통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며 "생태교통을 비롯한 수원시 경험이 아태지역 도시들의 지속가능한 발전 노력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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