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프팅 건(반자동 장비)을 활용한 예술활동 메이킹 영상이 다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노출된 뒤 터프팅은 새로운 취미생활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며 수공예 열풍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터프팅은 촘촘하게 모인 다발을 뜻하는 ‘터프트(tuft)’가 어원으로, 총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해 천 위에 실을 뿜어내듯 작업하는 섬유공예를 말한다. 기구를 이용해 빠르게 색실을 심어 모양을 내는 직조 기법으로, 느리고 조용하게 진행하는 다른 공예와 달리 역동감 있게 총을 쏘며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특이하다.

경쾌한 움직임으로 러그(직물 제품)·거울·방석·코스터 같은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도안으로 직접 만들어 스트레스까지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이로써 국내 공방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2019년 기준 2곳에 불과하던 터프팅 공예 공방 수는 올해 전국 169곳으로 늘었다.

터프팅으로 만든 러그를 들어보이는 모델.
터프팅으로 만든 러그를 들어보이는 모델.

# 국내 섬유공예 시장 선도

정성컴퍼니는 시장이 급성장하기 이전부터 터프팅 전문 브랜드 ‘앤드엣(And-et)’을 론칭해 운영했다. 2014년 창업한 뒤 터프팅 기법으로 B2B 거래와 예술활동 분야 선행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더구나 공예도구 개발 필요성과 함께 핵심 소재(원사) 공급망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에 성공하면서 국내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수출 두드림’ 업체로 선정돼 수출 인프라를 확보했다. 같은 해 11월 북미 아마존에 입점한 뒤 1만3천 달러, 올해 1~5월에만 5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달성하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또 아마존·네이버·알리바바 같은 유통 채널을 확보해 대규모 판로 개척에 성공하면서 섬유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앤드엣은 올해 10만 달러 이상 수출액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시장 브랜드 선점을 위한 공격 마케팅에 들어가 공예활동에 적합하도록 45가지 색상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다.

천 위에 총처럼 생긴 도구로 실을 쏘듯 작업하는 터프팅은 역동적인 섬유공예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천 위에 총처럼 생긴 도구로 실을 쏘듯 작업하는 터프팅은 역동적인 섬유공예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앤드엣은 올해 2월 연구 전담부서를 설립해 터프팅 공예 기법 관련 신기술·신제품 연구 개발 업무에 주력한다. 지금까지 아이템 2건을 개발한 뒤 국내 35개, 해외 2개 제품을 론칭하는 성취를 이뤘다. 이에 그치지 않고 R&D 2건을 진행 중이다.

터프팅 기법에 사용하는 수동 도구로 바탕지를 뚫고 들어가는 바늘과 실을 밀어 주는 푸셔로 구성한 ‘Hand Tufting Tool’을 자체 개발했다. 목적과 용도에 따라 교체하면서 사용 가능한 바늘과 푸셔 2개 세트를 포함한 점이 특징이다.

터프팅에 최적이 된 전용사인 ‘Tufting Yarn’은 풍부한 색감을 표현한다. 45가지 색상을 생산·개발해 온·오프라인으로 판매 중으로, 전용사로 만든 결과물은 다양한 환경과 목적의 소품으로 사용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이다.

# 전문가부터 초심자까지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

앤드엣은 섬유공예 작가인 성영은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터프팅에 생소한 사람부터 심화 과정까지 두루 체험 가능한 클래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전문 작가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성영은 대표이사
성영은 대표이사

성 대표는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약 3년간 공방을 운영하면서 초급자와 전문가까지 아우르는 터프팅 공예 강의를 진행 중이다. 그립톡·마그넷·키링 같은 소품을 직접 체험하는 ‘1+1 터프팅 원데이 클래스’로 강의 참여자의 터프팅 건 사용법과 마그넷 도안 제작을 돕는다.

‘터프팅 기본 클래스’는 터프팅 기법으로 핸드메이드 러그 제작 기술을 습득하는 강의다. 40×60㎝ 터프팅 러그 제작, 5개 종류 터프팅 건과 직접 제작한 수직기에 대한 각종 기술을 교육한다.

‘터프팅 창업 전문·심화 클래스’는 터프팅 공방을 운영하거나 세세한 기법 교육으로 구성했다. 에어 컴플레셔 건 활용법, 거울 제품, 그러데이션 기법과 레터링, 디테일 표현, 액자와 화분 커버 제품 같은 정교한 작업이 이뤄진다.

성 대표는 전시·브랜드와 협업으로 예술 영역과 상업 공간을 넘나들며 터프팅 매력을 알리는 중이다. 그는 삼성전자 ‘(비스포크)with 예술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현대백화점 본점 어린이책미술관에 조형물 제작을 거쳐 롯데갤러리와 더현대 대구어린이책미술관에 전시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다양한 기업과 협업으로 B2B 사업도 활발히 전개했다.

# 워킹맘에서 창업자로

성 대표는 공예나 공업으로 천을 짜고 염색하거나 수를 놓는 수공예 중 하나인 텍스타일을 전공한 섬유공예 전문가다. 앤드엣을 운영하기 전에는 경력단절 여성으로 시작해 예술 관련 기업에 다니면서 워킹맘으로 지냈다.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가이자 여성 사업가로 활동하며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고 2021년 해외에 진출했다.

국내 터프팅 분야를 선도한 성 대표는 북미 시장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유럽·동아시아권 시장에 진출하려고 연일 구슬땀을 흘린다.

(왼쪽부터) 성영은 대표가 교육 중에 터프팅 섬유공예 제작과정을 선보인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있는 앤드엣 터프팅 기법으로 제작된 대형 제품과 소품들.
(왼쪽부터) 성영은 대표가 교육 중에 터프팅 섬유공예 제작과정을 선보인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있는 앤드엣 터프팅 기법으로 제작된 대형 제품과 소품들.

성 대표는 "어릴 때부터 텍스타일과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다. 공장에서 만들지 못하는 직물을 손수 만들고 이를 실생활에 접목·확산하려고 앤드엣을 론칭했다"며 "2018년 미국 LA에서 진행한 워크숍에 참여해 고도의 터프팅 기술을 익혔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과 일본 같은 동아시아 시장도 판로 개척을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 터프팅을 배울 곳이 없던 시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터프팅 제작 과정을 공개했는데, 터프팅 관련 강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헤이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시각장애 특수학교(명진학교)에서 진행한 섬유공예 강의가 뜻깊었다고 회상하면서 앤드엣을 확장해 ‘섬유공예 아트센터’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공예 관련 학과가 없어지는 추세"라며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제공해 전통공예가 확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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