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ESG 경영을 위해서는 기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영 목표와 이념이 변화한다. 이윤 추구 중심 경영에서 지속가능 경영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해졌다. 

먼저 마케팅 방식에서의 변화가 온다. 가치 사슬을 새로운 관점에서 관찰해야 할 때다. 시장에서 고객과 거래하기 전에 먼저 이 고객이 ESG 생태계에 속했고 ESG 경영을 실행하는 기업인지를 확인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시장 진입을 검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음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상품 출시부터 ESG 철학이 담긴 제품이 우선시 돼야 한다. 원재료 소모량이든지,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이라든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공정설계 등을 검토 대상에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산 공정 중 유해 물질이나 폐기물이 있다면 이를 없애든지 축소하는 공법을 찾아내야 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제조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익성에 대한 접근 방법도 달라진다. 탄소배출권이 이익이 될 수도, 비용 증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한 탄소배출권이 있다면 지속적인 이익원이 되겠지만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매출액 증가에 비례해 지속적인 비용 지출 증가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금 조달에서도 ESG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미 연기금에서는 투자기업 선정 기준을 ESG 경영 실천 여부에 따라 결정한다. ESG를 하냐? 안 하냐? 이는 해외 투자기업의 경우 절대적인 거래 전제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ESG 경영 환경에서 ESG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먼저 고용조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ESG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관점에서 규제는 고용 안정성과 종업원들의 고용 복지 유지이기 때문에 정규직 중심의 종업원 근로시간, 근로조건, 근로환경 보장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기업들이 사람 채용과 채용한 인원의 관리와 고용 복지를 유지하는 게 필수이며, 이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생산능력(CAPA)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공정 능력을 얼마로 할 것이며, 몇 명이 최적 인원인지를 재산출해야 한다. Work Position별로 사람 수를 산정하고, 가능한 한 자동화·로봇 생산 체제를 채택해 최소 인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정 특성에 맞는 숙련도 판단도 중요한 항목이다. 그리고 외주 활용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사내 인력의 정규직화로 가려면 외주업체를 활용하는 생산 방식이 필요하고, 외주를 관리하는 역량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ESG 경영 방식의 원칙은 투명 경영이다. 그러므로 경영 실적을 공유하고 공개해 회사와 종업원들 간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사협의체 또는 노동조합과의 노사문화 구축을 요구한다. 중소기업의 소수 몇 명에 의해 운영되는 방식은 이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드시 조직 내 업무의 결산과 평가가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월간 단위 손익 실적을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를 하려면 조직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자기 부서의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월간 손익 결산이 이뤄질 수 있는 재무관리 프로세스 정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재무 중심의 ERP 시스템과 MES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규모에 따라 결산 결과를 사내 공유 또는 사외 공지할 것을 요구한다. 상장기업의 경우 분기별 공시 때마다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자원 관리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낭비로는 인적 낭비, 물적 낭비, 에너지 낭비가 있다. 인적 낭비라고 하면 표준시간보다 실제 시간을 더 사용해 추가 발생한 공수로 인한 인건비 낭비를 말하며, 물적 낭비는 불량을 발생해 재작업을 한다든지 재투입을 통해 추가 발생한 원재료 낭비를 말한다. 에너지 낭비는 설비가동률, 부하율, 공장 가동 계획의 미비로 의미 없이 사용된 에너지를 말한다. 

이러한 낭비는 모두 제조원가 상승 요소이며, ESG 측면에서는 원·부자재 사용량 증대로 자원 낭비에 해당한다. 원·부자재 사용량 증대는 천연자원 사용 증대를 말하며, 이것이 탄소 배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볼 때 낭비 감소 활동과 목표가 탄소배출량의 절감 활동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급망 사슬에서 거래하는 기업이 단순히 품질과 단가 그리고 납기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초점을 뒀다고 본다면 지금부터는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는 업체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고,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과는 거래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ESG를 바탕에 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미리 대처하는 기업은 기회 요소가 될 것이고, 준비하지 못한 기업엔 큰 위협 요소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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