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6연속 동결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에 소극적 행보를 취한 이유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9.7%에서 2015년 40.8%, 2021년 51.3%까지 증가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8년 57.9%에 이르리라 전망했다. 전체 비기축통화국 중 2위이고, 증가 속도로는 가장 빠르다.

이렇게 부채 리스크가 급증하는 상황에선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부채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 이자 부담이 늘어나며, 신용위험(정부가 매입한 회사채 부실화)과 시장위험(한국은행의 자산가치 하락)이 높아지는데’ 굳이 적극 나설 필요가 없을 테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 상황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실질소득과 일자리 감소, 투자 축소가 그런 예다. 

결국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부채 비율을 줄이는 것뿐이며, 그 출발점은 재정준칙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IMF가 지난해 한국의 일반 정부부채 비율을 54.3%로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53.8%로 낮췄고, 2023∼2028년 부채 비율도 조금씩 낮춰 잡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이 일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재정준칙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재정준칙이 정부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재정의 경기 대응적·조정적 기능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그래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더욱 신중하고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의 위기 대응력을 보장하되, 재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예외적 상황의 지출 요건을 구체화하고, 이를 국회가 견제·감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중앙정부 채무가 8월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1천100조 원을 넘어섰다. 지금 브레이크(재정준칙)를 밟지 못하면 21대 국회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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