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영종도 북쪽 삼목선착장, 주말과 휴일이면 제법 붐빈다. 선착장을 잠시 벗어나 뒤쪽 언덕에 오르면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블랙홀 같기도 한 조형물이 보인다. 좀 더 나아가니 2001년 11월 삼목도 이주민들이 ‘삼목삼봉의 옛 모습을 기리고 세세년년 이웃의 화목을 이루던 162세대 714명 주민들의 고향을 표하고자’ 세운 기념비가 서 있다.

인천공항이 만들어지고 외국을 드나드는 것이 많이 편리해졌다. 옹진군 북도면의 신도와 시도, 모도, 장봉도까지의 교통도 많이 편리해졌다. 30년 전 공항이 만들어지기 전만 해도 북도면의 섬에 가려면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지금은 삼목선착장에서 매시간 배가 있고, 영종 시내뿐 아니라 인천 시내와도 일일생활권이 됐다.

공항을 만들면서 삼목도는 45m 이하로 낮아졌다. 100m가 넘던 봉우리의 흙은 공항 건설을 위한 매립토가, 쪼갠 돌은 북측과 동측의 방조제가 됐다. 숲의 나무들은 공항 조경용으로 사용됐다. 영종도의 해안북로를 따라 제2여객터미널로 향하는 길 옆 깎아내고 덩그러니 남긴 바위들이 삼목도의 흔적이다.

용유도의 오성산, 을왕산 들도 파헤쳐졌고 황토 속살을 드러냈다. 공항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은 공항을 중심으로 변했다. 거미줄처럼 놓인 도로들의 이름도 공항서로, 공항동로, 공항연결로, 하늘대로다. 자동차들은 쭉쭉 뻗은 도로 위를 거침없이 달린다. 공항서로 길가, 예전에는 탁 트인 해안으로 삼목도와 신불도에서도 보였을 바위 하나 있다. 가까이 가니 장군의 풍모가 느껴진다.

장군바위는 옛날 옛적 왜적에게서 용유도를 지켰다.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 갯골과 갯티는 주민들도 늘 조심하는 곳이다. 섬은 눈 깜짝할 새 안개에 갇힌다. 안개가 깔리면 순식간 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

섬과 섬 사이 밀물이 양쪽에서 밀어닥치는 용유도의 갯벌에서 안개를 만나면 그 누구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짙은 안개 속 장군바위는 섬에 상륙하려는 적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양옆으로 도로가 생기고 방음벽, 공항 건물들이 올라간다.

언제까지고 용유도 서쪽 해안을 당당하게 지킬 듯싶었던 비포장군(飛捕將軍)은 공항연결로와 공항서로 사이 빛바랜 안내판 뒤에 서 있다. 우뚝했던 바위는 왠지 점점 왜소해지는 듯하다.

남북, 덕교, 마시안, 을왕, 구읍, 송산, 신불, 운북, 운서. 지금 영종도의 어촌계들이다. 어민들은 대부분 토박이로 1천 명 남짓이다. 지금 갯벌에는 어민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다. 주말이면 마시안 갯벌에는 울긋불긋 갯벌 체험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무분별한 해루질로 어촌계마다 갈등을 빚는다. 영종도 남쪽, 정확히 신불도 앞 갯벌의 불법 칠게잡이가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양끝에 플라스틱통, 일명 바케쓰가 달린 PVC파이프가 신불도 앞 갯벌에 수십㎞ 빼곡하게 박혔다. 파이프 중간중간에는 그물망까지 설치해 모든 종류의 크고 작은 게들을 싹쓸이했다.

해양경찰 단속으로도 근절되지 않아 환경단체와 주민들까지 나섰고, 방치된 불법 어구를 수거해 구청 앞에 버리기까지 했다. 수거한 불법 어구만 수십t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2~3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제비가 많아 자연도(紫燕島)라 불렸다는 영종의 하늘에 지금은 비행기가 난다. 지금 영종도는 인구 10만 명이 넘는 섬섬도시다. 동쪽으로는 영종대교를 통해 서울로, 남으로는 인천대교를 통해 송도와 연결된 영종도는 날마다 수만 대의 차량이 드나든다. 서쪽으로는 잠진도를 지나 무의도까지 다리가 놓였다. 청라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곧 대한민국 최초 고속도로인 제1경인고속도로가 청라를 지나 영종으로 직접 이어질 것이다. 북으로 신도를 잇는 다리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종은 사통팔달로 올웨이즈 인천을 이끈다. 자연도와 영종진 사이에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 다리였던 만세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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