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계봉 시인
문계봉 시인

과연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할까요?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해서, 과연 인류는 지구별에서 영속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 임계적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늘고, 생존을 위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터인데, 안 그래도 인간이란 종을 영 마뜩잖게 생각해 온 가이아는 도대체 언제까지 제집도 아닌 지구에서 주인 행세하는 인간의 월권을 참아 줄까요?

연구가 깊어질수록 많은 환경학자가 환경 비관론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문제의 실상을 알게 된 연구자의 두려움과 인간들의 희박한 개선 의지가 그들을 비관론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현재와 같은 환경 파괴와 마구잡이 개발이 지속되는 한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론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보수 우익의 가치를 대변하는 환경론자들도 있습니다. 박아무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올 6월 열린 한 포럼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혜택을 누려 온 소위 깨어 있는 지성인이라는 자들이 선진 문명의 자기 혐오증에 걸려 기후 종말론 전파에 앞장선다"며 환경보호론자들에게 날을 세우며 개발과 문명을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자유환경총연맹 김모 대표는 "기후 종말론을 기획한 자들은 양의 탈을 쓴 사회주의자이며, 네오막시즘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이들은 ESG 시스템을 활용해 개인을 통제하고 기업의 목줄을 죄며 국가 시스템을 장악할 것이다. 기후 종말론은 과학적 이론의 한 형태가 아니라 사회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사악한 이념"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이윤정, 에포크타임스, 2023년 6월 28일 기사 참조)

전자(보호론, 최종적으로 비관론)를 믿든, 논리의 비약이 심한 후자(낙관론)를 지지하든, 환경에 관한 테제가 자주 논쟁 테이블 위로 올라오고 다양한 이론들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환경문제가 일상화됐고, 그 해법이 쉽지 않음을 방증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개발 예찬론들이 부정해도 환경 파괴로 인한 이상기후와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자연재해의 빈발은 엄청난 파장으로 우리 삶을 위태롭게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인간의 탐욕과 오랜 종교적·사상적 갈등에서 비롯한 전쟁 또한 인류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며 인권과 삶의 질을 훼손합니다. 전쟁은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화기(火器)에 의한 폭격과 파괴는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고 생태계를 망가트립니다. 산림은 피폐해지고, 물은 오염되고, 먹을 물이 부족해 생명의 근원이 위협받습니다. 이는 지구 생태계 복원력을 약화(弱化)하고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기후 난민, 전쟁 난민 문제 또한 심각해집니다. 식량 부족과 물 부족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가중하고, 이것은 또 다른 전쟁의 계기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처럼 전쟁과 환경 파괴는 인류 미래를 어둡게 만들지만, 우리는 여전히 게임처럼 전쟁을 쉽사리 일으키고 다양한 자연의 경고에 눈과 귀를 막은 채 살아갑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 행동과 선택이 중요한데도, 즉 평화를 실천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주체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우리는 현란한 눈앞의 빛에 현혹돼 스스로 불빛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자멸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오늘도 중동지역 하늘 위로는 미사일과 로켓포가 날고, 건물이 부서지며 사람들의 몸이 장난감처럼 터졌습니다. 알라의 자녀들은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인 여성들을 납치해 고문하거나 죽이고, 달리는 차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야훼의 자녀들은 보복을 다짐하며 수많은 미사일과 수천 발의 포탄을 민간인 거주지역에 쏘아댔습니다. 대체로 비무장한 민간인들의 팔과 다리, 머리가 바서지고 몸통이 조각났습니다. 그들이 믿는 신은 그 광기 가득한 살육의 현실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인간이 자신의 품격과 존엄을 스스로 포기할 때 얼마나 잔인해지는가를 우리는 봅니다. 이미 죽었거나, 살아 있어도 자신의 신민을 외면한 게으르고 멍청한 신들의 대리전에서 죽은, 애꿎은 인간들의 피가 신전을 가득 물들입니다. 야만의 계절이자 짐승들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멸의 길로 들어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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