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전통과 실력을 겸비한 여성문학단체가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굴포문학회다.

굴포문학회는 이제 지역을 넘어 전국 유수 문학단체로 발돋움한 인천의 자랑이기도 하다. 창간호 멤버가 그대로 남아 함께 활동하면서 성장하는데, 30년간 결간 한 번 없었다.

「굴포문학」 30집 특집호<사진>에는 30년 문학 결산으로 회원 30여 명이 자선 대표작을 실었다. 고경옥 시인 ‘오후 여섯 시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비롯해 시인 12명이 쓴 시 36편과 소설가 구연의 작품 ‘소파’를 비롯해 소설가 8명이 쓴 소설 8편, 김순희 수필가 ‘보살언니 권사언니’를 비롯해 수필가 자선작 10편이 가을날 잘 여문 알밤처럼 실하게 들었다. 더불어 30년간 지도한 문광영(전 경인교대 국어교육과)교수 예술 평론도 실었다. 인천 여성문학 발전의 산 증인으로서 30년 굴포문학 역사는 물론 외부 인사들이 굴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덕담도 게재했다.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회원 30여 명 대다수가 등단했고, 이미 중진 작가로 문단 입지를 굳히고 작품 활동은 물론 문학강연회와 북콘서트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당초 굴포문학회는 1993년 인천여성문화회관 문예창작교실에서 태동해 이후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날까지 문학 수업이 이어진다. 이들은 문학 창작 이론과 실기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과 각종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공부한다. 명사 초청 강연과 현지 답사, 해외 문학기행 들 끊임없이 시야를 넓히면서 문학 소양을 쌓는다.

30대에 굴포문학회에 들어가 60대가 된 굴포문학회장 구자인혜(소설가)씨는 "30년 전 저희가 창간호를 들고 모 신문사에 갔더니 문화부 기자님이 그러더라고요. 창간호를 끝으로 폐간하는 경우도 많은데 굴포문학은 어떨지 모르겠다고요. 갓 태어난 신생아한테 축하는커녕 악담을 듣는 바람에 오기가 생겼다고 할까요? 우리 굴포문학은 절대 사라지지 말고 살아남자고 대동단결하게 됐으니 그 기자님께 이젠 감사한 마음입니다."

초대 회장 김순자 시인 사연도 놀랍다. "머리에 혹이 생겨 두통이 심할 때였어요. 문학에 입문해 시를 배우니 통증이 시들해지고 창작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더라고요. 문학이 저를 살렸습니다." 팔십이 넘은 김순자 시인은 이미 개인 시집을 4권이나 낸 중진 시인이다.

굴포문학 ‘굴포’는 한자로 ‘堀’(팔 굴), ‘浦’(개 포)자인데, ‘堀浦川’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굴포천은 부평구 청천·산곡동 주변 산과 계양산에서 발원하는 하천을 모태로 해 갈산·삼산동과 계양구 계산·작전동 일대를 거쳐 부천·김포시 들판에 이르러 한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9.3㎞ 하천이다.

"굴포문학의 ‘굴포’는, 굴포천에서 따왔습니다. 샘물이 강을 지나 바다에 이르면 오대양 어디든 흘러가듯 굴포문학도 세계 어디든 스며들길 바라는 뜻이 있습니다." 올해 소설집 10권을 발간한 김진초 소설가 말이다.

그간 굴포문학 회원들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양진채 소설가 소설집 5권, 문광영 지도교수 평론집 6권을 포함해 시집 25권, 소설집 29권, 수필집 12권, 평론서 7권 들 개인 작품집 70여 권을 출간했다. 더구나 김순자·이혜숙 시인은 팔순의 나이에도 각각 시집 4권을 내고 노익장을 보여 주며 평생교육의 큰 본보기가 된다.

무엇보다 용기를 북돋는 일은 인천지역 역사·지리·문화·풍물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 많다는 사실이다. 개인 창작집은 물론 굴포문학회 소설분과 ‘소주한병’에서 출간한 「인천, 소설을 낳다」에서 인천지역 특색을 작품으로 만들고 향토문화를 창달하는 데 앞장섰다.

창간 30년을 맞아 새로운 르네상스 기점으로 다시 탄생하겠다는 굴포문학 역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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