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불편을 빠르게 해소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적극행정은 시민 삶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다. 공직자들이 적극 법령을 해석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은 예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해결이 요원해 보이던 해묵은 지역 갈등을 풀어내기도 하고, 한 사람 생업이 이어지도록 돕거나 모든 시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적극행정과 맞닿았다. 수원시민 삶을 지원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수원시 적극행정을 들여다본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공장 폐수처리시설 악취 갈등을 풀어낸 장안구를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수원시 제공>
이재준 수원시장이 공장 폐수처리시설 악취 갈등을 풀어낸 장안구를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수원시 제공>

# 40년 악취 민원 해결

시는 주민과 민간기업 화합을 주도하면서 악취 문제로 40여 년간 이어진 갈등을 해결한 적극행정을 했다.

장안구 이목동 공업지역에 동원F&B 수원공장 폐수처리시설이 들어선 시기는 1968년. 당시만 해도 인적이 드문 곳에 공장을 지어 악취 문제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가 발전하면서 폐수처리장 소음과 악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 공장 인근에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입주하면서 악취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으로 갈등이 심화했다.

시는 줄곧 악취 발생 원인을 점검했지만 단속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제재할 길이 없었다. 40년 이상 세월이 지나면서 낡은 폐수처리장은 대책 없이 미움을 받으며 이전 요구까지 빗발쳤다.

시는 관행처럼 하던 민원 처리 대신 적극행정 길을 택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2019년부터 악취 측정 방법을 다양하게 하고, 내부 기준을 마련하는가 하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더구나 해당 기업과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어 합의를 이끌었다.

이어 악취관리지역 외 지역에서 악취를 배출하는 시설에 대한 관리와 저감 조치를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했고, 행정처분과 주민공청회를 열면서 주민과 기업 신뢰를 얻었다. 결국 동원F&B 측이 67억 원 전액을 투자해 폐수처리장 시설 개선과 악취 방지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2021년 5월 시작한 개선 공사는 올 3월 말 마무리했다. 하루 2천400t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을 다양한 공법으로 수준을 높여 악취 발생을 줄였다.

관련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상부 공간에 조경을 꾸며 효과를 더했다. 오랜 기간 기업과 주민을 설득해 서로 이해를 끌어냄으로써 악취 갈등을 풀어낸 시 적극행정은 올해 행정안전부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 적극행정위원회

수원시 적극행정위원회가 시 적극행정을 앞장서 이끈다. 위원회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고위 간부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시정 업무에 전문 지식과 비결을 갖춘 민간 전문가가 위촉직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적극행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시 적극행정 실행계획 수립과 반기별 우수 사례·우수 공무원 선발 심사를 주도하고, 추진 상황 점검과 제도를 보완하는 데도 힘을 보탠다.

올해는 현안 심의 기능을 강화해 적극행정위원회 임무를 확대했다. 법령 해석과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있는 그대로 심의해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시 행정이 해결 방안을 찾아 수행하도록 날개를 달았다.

여름철 물놀이 시설을 운영할 때 공원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일이 그 본보기다.

시는 해마다 7~8월 한여름 무더위가 극심할 때 공원 물놀이 시설을 운영하는데, 안전사고 예방과 시설물 유지·관리를 하려면 CCTV 설치가 필요했다. 이미 설치한 CCTV가 있지만 범죄 예방 목적이어서 영상 정보를 공동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관련 법령을 면밀하게 따져야 했다.

이런 상황을 풀어가려고 영통구 공원녹지과는 적극행정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사전에 막으려고 이미 설치한 방범용 CCTV를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적극행정으로 별도 예산 투입 없이 시민들의 안전한 물놀이를 지원한 셈이다.

적극행정위원회 의견 제시는 영농활동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개울로 단절한 경작지에서 농사를 짓던 한 시민이 각종 규제로 난관에 봉착한 사례다.

농경지가 상수원보호구역에 있어 각종 행위를 제한해 농기계 통행을 위한 다리조차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 수질하천과는 농민의 안정감 있는 생업활동을 보장하려면 다리를 소득기반시설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적극행정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현장 여건에 맞는 법령 해석으로 주민 생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유사한 지역 농지에도 적극행정을 적용하라고 권했다. 덕분에 농민은 더욱 편안하게 농업활동을 하게 됐다.

적극행정위원회가 올해 하반기 적극행정 경진대회 우수사례 선발 심의를 했다.
적극행정위원회가 올해 하반기 적극행정 경진대회 우수사례 선발 심의를 했다.

# 인센티브와 면책제도로 적극행정 지원

시는 적극행정을 밀어주는 방안도 다수 추진한다. 공직자들이 적극행정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적극행정으로 곤란에 처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적극행정 문화를 확산한다.

우선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표창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간 2회 수원시 자체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선정하는데, 예선 심사와 온라인 선호도 투표, 위원회 심사를 거쳐 공정성을 높인다.

올 상반기에는 포트홀 신고부터 처리까지 24시간 안에 마무리해 포트홀 사고 발생률을 90% 줄인 ‘포트홀 24시 기동대응반’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밖에 ▶12개 공공기관 업무시스템과 서비스를 혁신한 수원시 공공기관 통합업무서비스 구축 ▶주소 불편사항을 해결하려고 도로명 상세주소를 직권으로 부여하는 관리시스템 구축 ▶보호종료 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 들을 위한 주거정책 셰어하우스 CON이 상반기 우수 사례다.

하반기에는 수원 기업 성장생태계를 조성하는 ‘수원기업새빛펀드’가 최우수 적극행정으로 꼽혔다. 또 ▶시민을 위한 특별한 민원 해결사 ‘베테랑 공무원’ ▶사전협상제도 시범 도입으로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해 공공시설 환경 개선 ▶일상 제안으로 정책을 만드는 ‘새빛톡톡’ ▶여름철 물놀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CCTV를 공유해 예산 절감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해당 적극행정 우수 사례를 주도한 공직자 24명은 실적 가점 또는 성과급 최고 등급 중 하나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적극행정 마일리지 제도도 시범운영 중이다. 10개 부서를 대상으로 ▶적극행정 계획 수립 ▶추진 과정 ▶성과 창출 ▶적극행정 제도 활용·추진 ▶규제 개선 과제 발굴 ▶제안 참여를 개인별로 평가해 점수에 따라 3만~10만 원어치 포상을 한다.

지난 20일에는 ‘수원시 적극행정 운영 조례와 적극행정 추진 공무원 소송 수행 지원 들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퇴직 공무원을 포함해 수원시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추진하다가 고소나 고발 또는 민형사상 책임 소송을 당하면 변호인이나 소송대리인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공직자가 적극행정 결과로 짊어질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뜻이다.

9월 열린 적극행정위원회에 참여한 공무원, 전문가 위원들이 적극행정을 독려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9월 열린 적극행정위원회에 참여한 공무원, 전문가 위원들이 적극행정을 독려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 공공기관으로 적극행정 확산

시는 올 하반기부터 적극행정 문화가 공공기관으로 확산하게끔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공공기관별로 적극행정 책임관을 지정하고, 시와 공공기관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서로 연계하는 일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수원컨벤션센터, 수원도시재단, 수원시정연구원, 수원시국제교류센터, 수원FC, 수원문화재단 8개 협업기관이 책임관을 지정해 운영한다. 시는 정례적으로 책임관 회의를 열어 적극행정 시책과 우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분위기가 확산하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적극행정위원회 의견 제시 제도와 사전 컨설팅 들 수원시 적극행정 제도를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공공기관이 자체로 면책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시 적극행정 경진대회에 공공기관도 참여하도록 제도를 확대하고 참여를 개방해 최우수 사례로 선정한 기관을 표창했다. 또 공공기관이 자체로 표창과 가점 같은 인센티브를 발굴하도록 적극 장려한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행정 분위기를 확산하고, 적극행정이 일상이 되는 공직문화를 정착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수원시와 공공기관의 꾸준한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