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축제는 지역마다 지자체 소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개최한다. 2023년 지역 개최 축제는 무려 1천129개나 된다. 하지만 특징도 없고 바가지요금과 교통 혼잡은 물론 지역 특색도, 구성이나 정체성도 없고, 콘텐츠도 부족한 행사로 일관한다. 특색은 사라지고 무대 중심형 축제가 되다 보니 축제들이 거기서 거기다.

축제에 다녀오고 ‘좋았다’라기보다는 시간 낭비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계획부터 실행, 행사 종료 후 평가와 정리, 다음 축제를 위한 백서(白書)까지, 좋은 축제를 위해 길게는 몇 년까지 새롭게 준비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계획에 따라 예산과 진행 사항을 점검하고, 또 점검 단계를 세분화해 기간, 행사, 인력, 비용 등 항목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행사 추진위는 축제 목적과 행사 전반 사항을 숙지하고 점검하는 노력과 실행 권한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폭우와 폭염 속에서 개최했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8월 1∼12일)는 준비 단계부터 미흡한 행사였다. 전기·통신 불량, 화장실과 샤워실 등 기반시설의 턱없는 부족, 위생 상태, 벌레 물림에 더해 폭우와 폭염까지. 5개 부처 공동위원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복 점검과 지원은 없었고, 잿밥에만 욕심 낸 부끄러운 행사가 됐다.

여성가족부 장관의 어눌한 해명은 국민 공분으로 이어지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었으며, 나머지 공동 주최 측도 우왕좌왕하는 사이 더위만큼 짜증나는 대회였다.

요란하기만 했지, 국회에서 잘 따져 보고 이후에는 이런 국제적 망신은 없어야 한다고 떠들던 언론과 국회는 이 글이 나가는 오늘까지 책임지는 부처나 장관은 없고 또 다른 잿밥 2030 엑스포 유치를 이야기한다.

올 2월 국회 자료에 따르면 8월 개최하는 새만금 잼버리 시설 공정률은 기반시설 62%, 전기통신시설 5%, 나머지 시설 30~40% 정도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도 조직위는 부처 간 협업으로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5개 부처는 서로가 강 건너 불구경했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 

조직위는 우리나라 여름 특성(폭우와 폭염, 태풍) 정도는 염두에 두고 준비기간에 철저히 대비하고, 수시로 현장 확인과 점검을 했어야 함에도 그냥 ‘잘 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간만 보낸 듯싶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예산은 1천100억 원 이상이었는데, 작은 지자체의 1년 예산을 넘어서는 비용을 투입하고도 국제적 망신(중도 야영 포기, 귀국 등)으로 화제가 됐다.

매립지에 나무 그늘도, 충분히 쉴 곳도 없는 곳에서 4만3천 명이 야영하는 상황이 됐고, 배수로에 물이 빠지지 않아 야영장 주변은 물바다가 됐다. 게다가 벌레와 온열환자가 넘쳐나도 응급차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주관부처와 담당자들은 총체적 난국을 보여 줬다.

벌레가 들끓는 물구덩이와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야영장에서 열흘 이상 머무는 상황은 세계 언론의 뉴스가 됐다. 더 심각한 점은 조직위 운영비 전체 예산 74% 정도(869억 원)를 쓰고도 준비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것도 국회에서 밝힌다고 했지만 유야무야 슬그머니 사라졌다.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전북지사, 행안부, 여가부,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과 진정성은 찾을 수 없다. 청소년을 위한 대회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온통 정치놀음 행사가 됐다.

조직위는 1천억 원이 넘는 행사가 준비 부족이고 운영 미숙이라 답한다면 준비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잼버리 유치는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렬 정부 취임은 2022년 5월, 약 5년을 전 정부가 준비·공사했으니 현 정권은 책임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개수작이나 다름없다.

정권과 정책의 인수인계 절차도 있었을 텐데, 인수위원회는 왜 존재했는지 묻고 싶다. 이유 불문하고 선정부터 매립, 도로 공사 완료까지 5년 4개월의 시간과 개최 유치에 사용한 제안서는 어떤 형식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새만금 공동위원장과 추진위는 어떤 책임과 대책인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시 소를 잃지 않으려 한다면 이 기회에 외양간을 철저히 고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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