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차범근·박지성. 명실상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선수들이다. 축구 팬이라면 손차박 대전을 들어 봤을 테다. 손차박 대전은 이들 중 누가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인지 가리는 논쟁을 말한다. 시대 순으로는 차범근→박지성→손흥민 순이지만 부르기 쉽게 손차박이라고 한다.

시대 배경과 포지션, 축구 환경을 생각하면 사실상 답이 없는 논쟁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또는 풍미하는 대한민국 선수를 견주는 일은 축구 팬이라면 즐겁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차범근은 대한민국 축구 선구자, 박지성은 국가대표 시절 든든한 주장, 손흥민은 대한민국 최고 공격수를 넘어 월드 클래스 선수다. 세 선수는 모두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한다.

차범근은 ‘차붐’이라는 별명으로 유럽 무대를 평정했다. 유럽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던 1970년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린 대한민국 축구 선구자다. 지금이야 유소년 시스템이나 해외 진출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차범근이 활약하던 시절에는 해외 진출이 정말 어려웠다. 더구나 차범근은 군사정권 시절이어서 만기 전역한 뒤 유럽에 진출한, 시대를 대변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대한민국 선수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최고 팀에서 활약했다. 사람들이 박지성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탁월한 리더십과 국가대표 시절 활약상 때문이다. 차범근이나 손흥민과 달리 미드필더나 윙이 주 포지션이었고,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여서 단순히 골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선수다. 현재까지는 차범근이 우위에 있지만 손흥민은 아직 선수생활이 끝나지 않아 은퇴 시점에는 차범근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손흥민은 현존하는 대한민국 레전드이자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길 선수다. 게다가 그는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레전드 자리를 예약했다.

차범근이 활동했던 당시 어느 나라인지도 몰랐고, 전쟁이 막 끝난 이름 모를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나라로 변한 상황은 축구 팬으로서 가슴 벅차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이라는 성적이 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이룬 월드컵 성적이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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