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은 아우성이다. 동네 슈퍼를 가거나 전통시장을 가도 어느 것 하나 선뜻 집어 들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장사를 하는 이들은 재룟값이 오르니 어쩌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하고, 그러다 보니 매출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동네 빵집이 대표 격이다. 줄어드는 매출에 문 닫는 곳이 부지기수다. 길거리 간식으로 입소문 난 붕어빵과 호떡도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한다. 3개에 1천 원이던 붕어빵은 1개 1천 원으로, 호떡은 2천 원까지 올랐다. 당연히 찾는 사람이 줄어드니 거리에서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노점을 찾기도 어렵다. 어디 밀가루 제품뿐인가. 과일값도 오르고, 모든 음식값이 올랐다. 여기에 택시와 버스비까지 오르더니 조만간 지하철 요금도 오른다고 한다. 서민의 시름을 달래 주는 소주와 맥줏값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심리지수는 98.1로 하락세다. 가계수입전망이나 향후 경기판단과 전망 역시 부정적인 지표만 제시될 뿐이다. 불안한 경제상황을 반영한 이러한 지표들은 지금만 힘든 게 아니라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우울한 전망을 보여 준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다 보니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서민들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날씨가 어떻고, 중동 정세가 어떻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봐야 귀에 들리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될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는 이도 없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눈만 뜨면 정쟁만 일삼고, 정부도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면 곧 나아지리라는 전망이라도 내놓으면 좋을 텐데 답답하다. 오직 국민들의 허리띠만 더 졸라매라는 요구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얼마 전 대정부 질문에 답하면서 "정부나 국민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정책 방향을 끌고 나가는 게 옳다"고 답했다. 국정을 이끄는 총리가 할 얘기인지 고루하고 답답하다.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얘기다. 지금이 1960~1970년대도 아니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얘기는 정부 스스로 국정 운영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말로만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 말고 국민이 행복해질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능한 정부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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