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SNS나 모바일과 그다지 친근하지 않지만 유튜브는 전 연령에 걸쳐 누구나 사랑한다. 유튜브에 궁금한 단어를 치면 모든 것을 알려 준다. 어떤 내용들은 네이버보다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영상으로 보여 주고 말로 알려 주기 때문에 이해가 더 잘 되는 듯하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유튜브만 종일 돌려봐도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릎 통증을 검색했더니 의사와 물리치료자, 운동처방사가 각각 자기 분야에서 왜 발생하는지와 어떤 근육을 강화하는 게 좋은지를 아주 잘 설명해 준다. 무릎 통증에 적합한 운동 영상이 다양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적용해 보게 된다.

유튜브에는 찾아볼 만한 유익한 내용들은 무궁무진하다. 유튜브는 정말 신기한 요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쇼츠 영상이 나타나더니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쇼츠 영상은 60초 이내 짧은 영상을 의미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지,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학교 홍보도 다양한 쇼츠 영상으로 만들어서 내보낸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서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들을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지어서 카메라 들고 찍고 있으면 쇼츠 영상을 만드는구나 하고 짐작할 정도다.

영상을 만드는 쪽에서는 짧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좀 더 적극적으로 의욕을 갖게 한다. 보는 쪽에서도 짧기 때문에 중간에 끊기보다는 끝까지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짧을수록 더 많이 보고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짧은 영상에 습관이 들다 보면 조금이라도 길면 지루하다고 느끼게 된다. 영상에 습관이 들면 보편적으로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런데 영상조차도 긴 영상을 보는 게 어려워진다니, 얼마나 쇼츠 영상이 짧은 시각적 자극과 단편적인 사고를 만드는지 놀랍다.

짧은 영상이라서 부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잠잘 때도 휴대전화를 보는 상황이 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라는 얘길 종종 듣는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현명한 상담을 해 주는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이 쇼츠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긴 것과 지루한 것을 못 견디고 긴 글도 읽기 어려워한다며 쇼츠 영상에 아이들을 너무 많이 노출시키지 말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쇼츠 영상에 자꾸 노출되면 나타나는 문제는 아이뿐만은 아닌 듯싶다. 옛날에 책을 읽지 않는 왕이 재상에게 세상의 모든 책을 100권으로 줄여 보라고 명을 했다가 읽을 시간이 없어서 10권으로 줄이고, 결국 한 권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가 죽어가면서 한마디로 요약해 보라고 명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왕의 이야기가 쇼츠 영상을 보면 생각난다.

예전에는 인쇄된 활자를 읽고 이해하고 상상하던 시대에서 화면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됐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듯한 짧은 요약과 같은 쇼츠 영상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을 요약·정리로 끝나는 건 뭔가 아쉽지 않은가?

쇼츠 영상이 한창 유행하고 난 다음에는 또 뭐가 유행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교과서와 인쇄본 책자를 읽어야 하고 전통식 강의를 들어야 하는 시대에 짧은 영상에 적응한 학생들을 학습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은 유튜브 영상에서 쇼츠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즐기는 방법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유익하게 사용하려면 적절한 활용법을 찾는 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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